한국일보

심방세동이면 가슴 두근거림·흉통 생긴다고 알고 있는데…

2024-02-06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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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방세동 환자 30%, 가슴 두근거림·흉통 없어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 뛴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것을 부정맥(不整脈)이라고 한다.‘심방세동(心房細動·atrial fibrillation)’은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박동이 갑자기 분당 300회 이상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가슴 두근거림, 실신,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부전, 뇌경색, 치매, 허혈성 심혈관 질환, 만성콩팥병에 걸릴 위험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높아진다.

가슴 두근거림이 느껴지면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30% 정도는 두근거림 같은 자각 증상이 없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 적기를 놓칠 때가 흔하다. 더욱이 심방세동 환자라도 증상이 없거나 전형적이지 않으면 증상이 있을 때보다 사망률이 3배나 된다.

심장은 2개의 심방(Atria)과 2개의 심실(Ventricles)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 체순환(좌심방, 좌심실)과 폐순환(우심방, 우심실)을 담당하고 있다.


심방은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을 모아 심실로 전달하고, 심실은 혈액을 온몸으로 뿜어 전달한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서는 심방과 심실의 조화로운 수축과 이완이 중요하다. 이에 관여하는 신호가 바로 ‘맥(脈)’이라고 하는 미세한 전류다.

심장 위 부분(위대정맥과 우심방 접합부)에 있는 심방의 ‘동결절(洞結節·sinoatrial node)에서 전기신호가 만들어져 맥이 만들어진다. 맥은 심장의 규칙적이고 힘 있는 수축과 이완을 돕는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실로 혈액이 잘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심실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므로 충분한 양의 혈액을 힘 있게 짜내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전체적인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심부전(heart failure)’이 생기게 된다.

이 밖에 혈액 흐름이 정체돼 심장 안에 혈전이 잘 생긴다. 이것이 주변 혈액과 결합되고 커지다가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으면 뇌 조직이 괴사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심방세동에 의한 뇌경색은 큰 혈관을 다발성으로 근위부에서 막아 광범위한 뇌 손상을 일으키므로 동맥경화성 뇌경색보다 사망률이 2배가량 높고, 더 심한 후유 장애를 일으킨다. 다행히 항혈전약으로 치료하면 뇌경색 위험을 60~90%까지 낮출 수 있다.

치료의 최종 목표는 ‘뇌경색을 최대한 예방(‘A’void stroke)하고’ ‘정상 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B’etter symptom & rhythm control)’과 ‘동반된 위험 인자들의 종합적인 관리(‘C’ontrol comorbidities)’이다.

이 같은 치료 전략(ABC pathway)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럽·미국 치료 지침에서는 ‘ABC만큼 쉽다!(As easy as ABC!)’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치료 결과를 개선하려고 매진하고 있다.


심방세동 진단에서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 검사로 심장 리듬을 확인할 수 있다. 부정맥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본인 병명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고, 심방세동이라면 본인의 뇌경색 위험도를 평가(stroke risk stratification)하고 위험도가 정말 낮은 것(truly low stroke risk)이 아니라면 항혈전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방세동 환자의 80~90%가 이에 해당한다.

1차적으로 항부정맥약물을 사용해 정상 리듬을 회복하고 유지하려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지만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 환자에게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각 풍선 절제술’ 등 비약물·침습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

또한 심장이 정상 리듬을 회복한 후에도 고혈압·당뇨병·비만·수면무호흡 같은 동반 위험 인자를 관리하고 금연·금주 등으로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 발병 원인은 담배ㆍ술ㆍ카페인을 즐겨 섭취하거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지적된다. 20, 30대 젊은이도 술을 과음(매주 28잔 이상 음주)하면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47% 정도 높아진다.

최의근ㆍ이소령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20~39세 153만7,836명을 대상으로 누적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다.

신승용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국내 도입돼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항응고제인 비(非)-비타민 K길항제 경구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gicoagulant·NOAC)가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의료진에게서 항응고제 치료를 권유받았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일찍 치료할수록 정상 맥 회복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치료 결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 또는 냉각 풍선 절제술의 적합한 대상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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