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미상 내레이터상 ‘Working’ 캐롤라인 서 감독 인터뷰
▶ “오바마 전 대통령 제작 참여 듣고 함께 일 하고파 흔쾌히 메가폰 잡아
▶노동의 근본적 물음서 철학까지 직종과 직급에 따른 인터뷰 담아
▶평범한 일상 속 땀의 가치 재조명”
넷플릭스 다큐시리즈‘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은 보통 사람의 내밀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큐시리즈‘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의 출연진이 패널을 끝내고 캐롤라인 서 감독(맨 오른쪽),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오른쪽 작은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일’(Working·2023)이 2023 에미상 내레이터상을 받았다.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다큐시리즈는 캐롤라인 서 감독이 연출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작 및 내레이션을 맡았다. 대통령과의 다큐 작업이 궁금해 캐롤라인 서 감독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4년 전 프로젝트 개발 제안을 받았다는 서 감독은 “처음에는 누가 ‘일’에 관한 것을 보고 싶어 하겠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흔쾌히 승낙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대통령의 프로젝트였다.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냈고 우리를 선택했다”며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것은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예리하고 자상했으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50년 전 구술된 언론인 스터즈 터클의 아이디어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현대사회에 녹여낸 4부작 다큐멘터리다. 스터즈 터클의 저서 ‘일: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1974)은 대학시절 오바마에게 깊은 감명을 준 책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하루 종일 하는 일에 대해 인터뷰함으로써 일에 관한 담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은 노동 고찰서다.
서 감독은 “이 거대하고 무정형적인 주제를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가치 있고 재미있는 다큐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도전에 끌렸던 것 같다. 이전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꾼 놀라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고 답했다.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 그것‘은 서비스 직종, 중간 관리자, 꿈의 직업, 리더 4가지 에피소드로 나눠 우리가 어떻게 일에서 의미를 찾는지, 인간으로서 우리가 하는 경험과 고민이 얼마나 서로 닮아 있는지를 탐구한다.
2부 ‘중간 관리자’(The Middle)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라면서 중산층의 모습을 TV로 보고 배웠다고 말한다. 노동 계층과 그들의 애환은 문화의 일부였고 가난하진 않지만 부자도 아닌 가족들, 중간쯤에 있는 그런 존재였다.
당시 대중문화는 부자들을 괴짜로 묘사했지만 1980년대부터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중요한 건 돈뿐이라는 풍조가 등장해 문화에 스며들면서 중산층이 사라졌다. 중산층의 노동 묘사도 사라지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간직은 적어도 안정성을 보장해 준다. 하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꿈의 직장을 위해 어떤 희생을 해야할까”는 질문을 던지며 이 새로운 경제에서 최고의 직장을 차지하는 건 지식 노동자이라고 못박는다.
그리고 3부에서 지식 노동자의 원형이라 지칭한 부부에게 “뭐가 날 만족시킬 수 있을까? 자문하는지” 묻는다. 이들이 “내 분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가, 회사에서 제 영향력은 어떤가, 작은 회사에서는 제 결정이 회사 전체에 영향력을 끼친다”고 답하자 오바마는 “이런 질문들은 1세대 전만 해도 없었던 것들”이라고 응수한다. “지금 제 나이인 30세로 돌아가실 수 있다면 어떤 조언을 제일 먼저 할까요”라는 물음에 오바마는 “긴장을 풀라(Relax)고 한마디 해주고 싶다”고 답한다. “영향력은 시간이 지나야 생기는 것 같다. 일련의 과정 같은 것으로 돌이켜볼 때 ‘아, 내가 변화를 끌어낸 것 같다’고 알게 된다”고 조언한다.
■ 캐롤라인 서 감독은
블랙핑크 다큐 제작…히트메이커‘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Working: What We Do All Day·2023)은 캐롤라인 서 감독이 제작한 넷플릭스 다큐 3번째 작품이다. 위대한 요리의 핵심이 되는 네 가지 요소를 다룬 음식 다큐멘터리 ‘소금 지방 산 불’(Salt Fat Acid Heat·2018)과 K팝 걸그룹 멤버 4명 제니, 리사, 로제, 지수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2020) 등 서 감독이 제작 연출한 작품들은 큰 인기를 얻어 다큐 영화계에 몇 안되는 히트 메이커로 꼽힌다.
서 감독은 카이스트 총장을 역임한 서남표 MIT 명예교수의 막내딸로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그는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영상에 매료되어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길을 택했다. 2008년 SXSW 초청작인 뉴욕 스타이븐슨트 고교의 학생회장 선거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론트러너스’(2008)가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프로듀서를 병행하며 할리우드의 여성 감독 부족에 대한 6부작 시리즈 ‘더 4%, 영화의 젠더 문제’(2016), 선댄스 채널의 화제 다큐시리즈 ‘아이코노클라스트’(2012) 에피소드 감독으로 명성을 높였다. 지난해에는 2017년 성희롱 혐의로 기소된 코미디언 루이스 CK의 사례를 재고찰한 다큐멘터리 ‘쏘리/낫 쏘리’(2023)의 공동 감독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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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