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 통풍’ 환자 늘어나고 있는데… 혼술·먹방·다이어트 탓?

2024-01-30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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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2022년 통풍 18.3% 늘어… 20대 48.5% 증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혼술’ ‘홈술’ 문화가 널리 퍼졌다. 직장 상사나 친구 등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편히 술 한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술이나 안주값도 덜 들기 때문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혼술·홈술 문화가 크게 인기다.

문제는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痛風·gout)을 앓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통풍은 지방질이나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이나 술을 많이 마실 때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2022년 연령대별 통풍 환자 진료 인원’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699명으로 18.3%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동년 대비 48.5%, 30대는 26.7% 증가하는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증가 폭이 컸다.


통풍은 이전에는 40~50대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했다. 하지만 육류 위주 식습관으로 젊은 층에서 비만·이상지질혈증·당뇨병 등 대사 질환자가 늘며 통풍 환자 연령층이 점차 어려지고 있다.

송정수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변화된 식습관과 음주, 생활 습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최근 20~30대 젊은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며 “고지방·고단백 위주 음식 섭취와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문화로 인해 신체 활동이 줄며 비만이 증가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했다.

통풍은 체내에 쌓인 요산이 관절에 침착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필수아미노산인 퓨린의 대사 과정 후 남는 최종 산물로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콩팥 기능 이상으로 요산이 잘 배출되지 못하면 관절이나 콩팥, 혈관 등에 쌓이게 된다. 이때 백혈구가 요산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 통풍이 발생한다.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는 치킨이나 고기 등의 음식은 통풍을 유발한다. 맥주뿐만 아니라 소주나 막걸리, 와인 등도 퓨린 함량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소주나 맥주 외에도 인기가 좋은 하이볼이나 칵테일 등 혼합 술 역시 과당이 많아 통풍 유발을 늘릴 수 있다.

통풍은 통증이 극심해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痛風)’는 병명은 이 때문에 생겼다. 통풍 환자에게 통증 강도를 1∼10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10’이라고 답할 정도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급성 통풍 발작의 첫 증상은 엄지발가락이 56~78%로 가장 많고, 이어 발등 25~20%, 발목, 팔, 손가락 순이었다. 환자의 90% 정도는 남성이고, 중년 이상에서만 나타난다.


송정수 교수는 “알코올은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요산 배출을 방해한다”며 “특히 하이볼·칵테일 등 혼합 술은 알코올뿐만 아니라 탄산과 과당까지 함유돼 혈중 요산 농도를 지나치게 높여 ‘통풍 발작’ 위험을 더 높인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갑자기 굶는 경우 요산이 관절에 달라붙어 심한 관절통이 생길 수 있다. 또 혈중 요산 농도가 급격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면 통풍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닭가슴살·육류·생선 등 고단백식품만 섭취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백질은 소화될 때 찌꺼기를 많이 발생하는데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요산을 과다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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