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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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잠 깬 바이어, 연초부터 주택 구입 ‘활발’

2024-01-25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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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보여달라’ 요청…전달보다 5% 늘어

▶ 일부 지역 오퍼 30건 과열 경쟁 재현

긴 겨울잠 깬 바이어, 연초부터 주택 구입 ‘활발’

겨울잠에서 깬 바이어들이 연초부터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긴 겨울잠 깬 바이어, 연초부터 주택 구입 ‘활발’

남부 지역에서는 매물 한 채에 오퍼 30건이 제출되는 등 과열 양상 재현되고 있다. [로이터]


겨울잠에서 깨어난 바이어들이 연초부터 주택 구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9주 연속 하락 행진을 거듭한 모기지 이자율이 새해 들어 2주 연속 반등하자 더 늦기 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바이어들로 주택 시장이 연초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일부 주택 시장에서는 한 매물에 30건이 넘는 오퍼가 몰려 치열한 구입 경쟁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초 주택 시장을 진단한다.

◇ 모기지 신청 건수 증가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지난해 12월 28일 6.61%로 9주 연속 떨어진 뒤 새해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1월 첫째 주 6.62%로 소폭 오른 이자율은 둘째 주 6.66%로 상승 폭을 넓혀갔다. 이자율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한참 겨울잠 중이던 바이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의 집계에 의하면 1월 첫째 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약 10% 급증했고 이중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이 약 6%를 차지했다. 조엘 칸 MBA 부대표는 “1월 들어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연휴 요인을 고려한 모기지 신청이 증가했다”라며 “일반 융자와 정부 보증 융자를 대상으로 한 구입 및 재융자 신청이 모두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 집 보여달라는 ‘쇼윙’ 요청 증가

연초부터 일부 주택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자율 변동에 민감한 바이어가 예년보다 일찍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기대보다 높게 발표돼 모기지 이자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의 불을 지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 세인트루이스 지사의 스테이시 메이필드 에이전트는 한 매물에 20~30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등 뜨거운 지역 주택 시장 열기를 전했다. 메이필드 에이전트는 “매물 조건이 양호한 경우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리는 복수 오퍼 현상이 여전하다”라며 “바이어의 주택 구입을 돕는 에이전트가 애를 많이 먹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레드핀이 소속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월 들어 집을 보여달라는 바이어의 요청이 전달보다 약 5%나 늘었다. 또 1월 첫째 주 주택 구매 오퍼를 제출한 에이전트의 수도 전달 보다 약 3% 늘었고 집을 내놓은 셀러 역시 9% 넘게 증가하는 등 주택 시장이 연초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앨리슨 브라운 레드핀 대변인은 “전국적으로 소속 에이전트들이 작년보다 늘어난 주택 구입 문의에 상담하는 등 매우 바쁜 연초를 보내고 있다”라며 작년과 확 달라진 주택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 남부 주택 시장 ‘후끈’

혹한과 눈 폭풍이 덮친 지역을 제외한 남부 지역의 주택 시장은 이미 성수기에 진입한 모습이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예년에 달리 매우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이 보고되고 있다. 피닉스에서는 이자율이 더 오르고 경쟁이 심화하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바이어들로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1월 7일 기준 직전 4주간 매매된 주택 중 약 24%가 나온 가격보다 비싸게 팔렸고 이 기간 매매된 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36만 3,12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나 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애틀랜타, 앨라배마 등 다른 남부 지역 주택 시장도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신규 리스팅이 증가하는 지역으로 비교적 저렴한 주택 가격이 타주 바이어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도 매물 한 채에 30건이 넘는 오퍼가 제출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바이어들은 ‘묻지마’식 구입을 자제하는 등 예전과 달리 신중한 구입에 나서고 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리가 많이 필요한 이른바 ‘픽서업퍼’(Fixer Upper) 매물은 자제하고 적절한 시세가 반영된 매물을 찾는 바이어가 많아졌다.

◇ 이자율에 민감한 반응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주택 구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금융 시장 변동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조사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해 최고치인 8%에서 많이 하락한 수준이지만 첫주택구입자가 부담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모기지 이자율 변동에 따라 첫주택구입 수요가 출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개월 사이 모기지 이자율은 1%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6.62%까지 떨어졌다. 이자율이 7.79%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월평균 모기지 페이먼트는 약 325달러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월 페이먼트 수준보다는 약 7.4%나 높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바이어가 주택 구입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 인플레이션 잡혀야 주택 시장 살아난다

이처럼 주택 구입을 망설였다가는 당분간 주택 구입 기회를 다시 놓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모기지 이자율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해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예상 밖으로 높게 나온 인플레이션 수치로 모기지 이자율도 향후 수주 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지적했다.

12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3.4%로 9월 3.7%보다 떨어졌지만 Fed의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중 주택 비용과 주택 임대료를 포함한 거주 비용은 전년 대비 6.2% 높은 수준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Fed는 거주 비용이 3.5%대로 떨어져야 인플레이션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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