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대 이자율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 구두 협상 ‘소프트 오퍼’ 활용해 볼 만
모기지 이자율이 6%대 중반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자율 추가 하락을 기다리지 말고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로이터]
올해 주택 구입 여건이 바이어에게 다소 유리하게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초와 같은‘웃돈 오퍼’보다는 시세가 반영된 오퍼로 거래를 시작하면 좋다. [준 최 객원기자]
패션이 유행에 따라 바뀌듯 내 집 마련 전략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주택 시장 상황이 늘 변동하기 때문에 작년에 통했던 전략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해마다 주택 시장 상황에 맞는 주택 구입 전략을 수립해야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룰 수 있다.
바이어들은 작년 높은 이자율, 높은 주택 가격, 매물 부족 등 삼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많은 바이어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주택 시장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주택 구입 사정이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따라서 새해 주택 시장 상황에 맞는 새로운 주택 구입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다.
◇ 6%대 이자율 ‘뉴 노멀’
지난해 한때 모기지 이자율이 주택 구입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치솟은 시기가 있었다. 집계 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10월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8%를 넘어서자 주택 시장이 얼어붙었다. 당시 바이어들 사이에서 이자율이 이렇게 높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을 낀 주택 구입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자율이 6% 중반대로 떨어지며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이 살아났다. 예상 밖의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로 이자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작년처럼 높은 수준으로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얼터닷컴은 올해 이자율이 6% 중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해 주택 시장을 떠난 주택 수요 중 상당수가 올해 주택 구입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 주택 시장은 작년과 달리 매물이 늘고 주택 거래도 훨씬 활발해질 전망이다. 오렌지카운티의 맥스 카 부동산 에이전트는 “팬데믹 기간의 낮은 이자율을 기대했다가는 내 집 마련 기회를 장기간 놓치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 높은 이자율이 유지될 전망으로 바이어들은 뉴 노멀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 복수 오퍼에 대비
지난해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을 강행한 바이어들은 한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덜한 틈을 타 마음에 드는 매물을 여유 있게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이 지난해 활발한 주택 구입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작년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작년보다 1%포인트 이상 하락하자 이자율 하락 시기만 기다렸던 바이어들이 연초부터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군이 우수하고 주거 환경이 쾌적한 지역의 경우 이미 팬데믹 기간을 연상케 하는 복수 오퍼 경쟁이 재현되고 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어바인시도 올 초부터 이미 주택 시장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어바인 지역 매물이 팔릴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37일로 오렌지 카운티 평균 기간인 53일에 비해 매우 짧아졌다. 전문가들은 이자율이 하락할 때마다 관망 중인 수요가 증가해 올해 과열 양상을 띠는 주택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조건 양보 요구해 볼만
집을 사려는 바이어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이미 수년째 셀러스 마켓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셀러스 마켓에서는 셀러가 거래 주도권을 쥐고 여러 매매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일부 매매 조건을 양보하는 셀러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이자율 급등으로 주태 거래가 자취를 감추면서 생긴 현상인데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매매 조건 양보에 나서는 셀러가 작년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높은 이자율에 묶여 집을 내놓지 못하던 셀러들이 작년 말부터 이자율이 떨어지자 드디어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처럼 매물이 늘어날수록 주택 시장 여건도 바이어에게 유리하게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셀러들은 바이어를 붙잡기 위해 바이어 클로징 비용 부담에서부터 각종 수리비 부담, 모기지 이자율 ‘바이다운’(Buy-Down) 비용 부담 등 다양한 양보 조건을 내세우는 추세다. 이들 양보 조건을 금액으로 따질 경우 수천 달에서부터 수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셀러가 부담하는 금액도 점점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 ‘웃돈 오퍼’보다 시세 반영 오퍼
작년만 해도 처음부터 최상의 조건의 오퍼를 제출하지 않으면 주택 구입 경쟁에서 번번이 패하는 바이어가 많다. 이 역시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 때문인데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이른바 ‘웃돈 오퍼’를 제시하는 바이어도 지난해 많이 볼 수 있었다. 여러 명의 바이어와 경쟁해야 했던 작년에는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웃돈 오퍼’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물 공급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올해는 작년과 같은 공격적인 ‘웃돈 오퍼’는 자제해도 좋다. 올해도 구입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이 많지만 원하는 매물을 놓치더라도 다른 매물을 선택할 기회가 작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무턱대고 높은 가격으로 오퍼를 제시하는 것보다 시세가 적절히 반영된 오퍼로 협상을 시작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조언한다.
◇ ‘소프트 오퍼’ 전략
작년에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지체할 겨를 없이 서둘러 오퍼를 제출해야 했다. 일반적인 주택 시장 상황에서는 매물이 나온 뒤 1~2주 정도 기다렸다가 조금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제시해 셀러의 의도를 파악하는 전략이 주로 사용된다. 매물이 부족한 지난해 셀러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다가는 매물의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너무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오퍼를 제출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서면 오퍼가 아닌 구두 오퍼를 의미하는 이른바 ‘소프트 오퍼’(Soft Offer) 전략을 활용하는 바이어가 올해 늘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 오퍼는 에이전트를 통해 구두로 바이어 오퍼 금액을 제시한 뒤 셀러의 반응을 파악하는 전략이다. 셀러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면 서면 오퍼를 제출해 지루한 협상 과정 없이 공식 거래를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