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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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태어난 나라에서 살고 싶다

2024-01-24 (수)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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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민이 유행인가 보다. 혜택도 많다고 한다. 고국에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동생이 있고 친구가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돈 벌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꿈이었다. 40년을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 미국에서 살았지만 지금도 내 나라를 그리워하며 산다.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같다. 그곳에 정작 가보면 낯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불편함을 담고 돌아오지만 조금 지나면 또다시 그립다.

오로지 돈 벌어서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힘든 마음 술로 달래면서 살았지만 지금은 변했다. 자발적으로 바꾸었다기보다 시간이 흐르니 저절로 이곳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두 딸이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과 결혼을 했다. 그러면 저절로 멀어져서 고국으로 가서 살기가 쉬워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더 어려워진 이유는, 부부만이 가족이 아니다. 딸의 가족도 내가 만들어서 살아가는 누구보다 가까운 울타리다.
똑 같을 수는 없겠지만 세상 어느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문제가 생겨서 해결해 주는 사람도 가족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나를 보살펴 줄 사람은 내 가족뿐이다.


죽을 때 정상으로 죽는다면 다행이고, 둘이 함께 죽는다면 둘이서 해결하고 갈 수 있지만 혼자 와서 혼자 가는데 마지막에 옆에 있어줄 사람은 배우자나 가족뿐이다. 배우자도 같이 죽지 않는다.

가족만큼 사랑으로 나를 봐주고 관리해 줄 사람이 있으면 천만다행으로 행운의 삶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 관리한다. 그래서 유산도 있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맡길 수 있다는 게 노인의 삶에서  내려진 커다란 축복이다. 그런 가족의 소중함을 모른 채 살아가는 늙은이의 삶은 외롭고 힘들 것이다.

나에게는 두 손주가 있는데 특별한 취미가 없어서 그런지 손주 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 커가면서 서서히 멀어질지언정 그들이 커가는 모습에 나의 말년 인생이 달렸다.
절대로 손주 안 봐주고 내 인생을 내가 산다고 열심히 밖에서 친구와 어울리며 재미있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손주와 지내는 게 세상에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 그 이상의 낙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이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도 나의 여러 가지 바람 중에 우선이다.
한국에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어머니 보고 싶은 마음으로 나가서 친구는 덤으로 만났었다. 지금은 손주 나라가 잘 되도록 이 나라에 같이 잘 살아 가도록 나도 힘을 보태며 사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두 개의 나라에 다 잘 살기를 기원하며 자식들이 사는 곳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두 개의 나라에 힘을 보태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하다.

태어난 나라는 마음으로 같이 하고 살아가는 나라는 몸으로 같이 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같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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