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2024-01-01 (월)
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
헌터는 웃을 줄 모른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이지만
그는 호랑이가 되고 싶어한다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매일 나를 굴복시키려 한다
나무 울타리 경계에서
빙빙 돌며 거만하게 짖어대다가
세상을 주름잡는 보스처럼
꼬리를 흔든다 소리를 지른다
반가워서일까
알았다 하며 웃음을, 손을
흔들어도 변하지 않는 모습
누굴 닮았을까
서로 마음을 건네지 못하는 아침
뒷손에 감춰진 유혹의 손짓
그의 콧구멍이 벌렁거린다
갑자기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
손을 들어 코끝을 간지럽힐 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울타리 너머 해를 향하여
힘껏 뛰어넘는 헌터
호랑이가 되고 싶은 헌터
손바닥 속에 숨긴 닭다리 앞에
꼬리를 흔들며 잿불처럼 주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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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