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월은 흘러 2023년도 마지막 캘린더 장이 달랑 달랑 떨어질까 말까 간신히 붙어있으며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연상케 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땡그렁 땡그렁 울리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바로 새해가 시작된다.
모든 잎은 지고 나면 죽어 사라지지만 화가 베어먼이 그린 마지막 잎새가 죽음에 이른 환자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재생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2023년 12월 캘린더는 비록 떨어질 지라도 꺼져가는 불씨가 살아남아서 재생의 2024년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리라 믿는다.
2023년 한 해를 돌이켜보면 국내외 많은 이슈들이 존재하여 세상은 온통 요지경 속으로 빠져 들어갔던 것 같았다. 굵직한 국제사건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하마스 무장단체와 이스라엘의 전쟁 등으로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들의 살상자가 발생했고,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얘기치 못한 이상기온, 자연재해 등이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북한은 남한을 위협하는 수많은 유례없는 핵, 미사일 실험 등 어디 하루를 마음을 놓고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가!
더욱이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의 올해의 단어 ‘Rizz’(charisma의 준말)는 해시태그 조회수가 수십억에 달하며 스타일, 매력, 매력적인 힘으로 로맨틱하게 이성을 끌어당기는 능력으로 정의한단다. 콜린스에서는 AI(인공지능)가 인류를 장악하게 되면서 좋은 혁명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파멸적인 종말로 보아야 할 것인가가 화두이다. 또한 메리암-웹스터에서는 ‘Authentic’(진짜)는 글자 그대로 거짓이나 모방이 아니고 자신만의 생각, 성격, 개성에 진실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AI시대에 경각심을 불러넣는 것 같다. 어떻든 선정된 단어들이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는 것 같아 참고할 충분한 가치가 있고 미래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대한민국 교수협의회에서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1위는 ‘견리망어’라 이 의미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의미다.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이를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된다’고 하였다. 국가 지도자, 공직자들의 공사가 구별이 안 되고 사익만을 추구하고 공동체의 의로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어 2위 ‘적반하장’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 잘못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기만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파렴치함을 말한다. 3위로는 ‘남우충수’라 재주가 없는 사람이 재주가 있는 사람처럼, 좋지 않은 물건을 좋은 물건처럼 속인다는 말이란다. 한국사회가 공평정의가 무너지고 내로남불이라는 말처럼 거짓을 일삼는 정신적, 정서적 후진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서 씁쓸하다.
2023년 세모에는 이러한 부조리와 부정의, 부정은 다 일소하고 새로운 2024년을 맞이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후진성을 벗어나 양심과 자유가 우리의 보편적 가치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모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각오로 거듭나야 한다. 물은 위에서부터 흐르지만 인간은 아래로부터 즉 어릴 때부터 잘 교육되어야 한다.
윗사람들의 솔선수범과 자아성찰도 간곡히 요청된다. 너무나 잘 아는 영국 신사풍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즉 사회적 지도층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먼저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적 의무감을 실현하면서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걸 맞는 시민정신을 향하여야 하지 않을까.
어느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새해부터 하루하루가 위대한 선물이고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 같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대망의 2024년은 우리 모두 새로운 기상으로 갑진년 청룡처럼 비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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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 전 성결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