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캄보디아 등 동남아서 ‘현대판 노예’ 동원해 조직적 사기
▶ 코인 투자 권유 후 계정서 돈 빼가 FBI, 올해 사기규모 29억달러…3년전보다 3배↑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54세 남성 CY는 지난 2021년 10월, 미모의 중국계 여성으로부터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제시카’로 소개한 이 여성은 CY를 만난 적이 있다며 친한 척을 했고, CY는 이 여성을 만난 기억이 없었지만 채팅을 이어가며 점차 친해졌다. 제시카는 뉴욕에서 호화 생활을 하는 장면을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공유했고, CY는 그녀에게 아버지를 병간호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몇주 후, 제시카는 CY에게 아버지 병간호비를 마련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투자한 뒤 초기 수익은 놀라웠고 CY는 자신이 암호화폐로 수십만 달러를 벌고 있다고 생각했다.
투자를 이어가던 어느 날, CY의 암호화폐 계정이 잠기고 백만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CY는 중국 범죄조직이 인신매매를 동원해 벌인 금융사기에 걸려든 것이다.
CNN방송은 27일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하며 미국 등 전 세계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는 중국 범죄 조직의 사기 실태를 보도했다.
유엔과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이들 범죄 조직은 기술 발전과 내전 등 동남아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을 악용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범죄 산업을 구축했다.
조직원들은 젊은 여성을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몇 주간 친해진 다음 가짜 암호화폐 플랫폼에 투자하도록 꼬드긴다.
처음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며 계속 돈을 투자하도록 하는데, 결국 투자금은 사기꾼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이 도축 전 돼지의 살을 천천히 찌우는 것과 닮은 까닭에 이런 범죄 수법은 ‘돼지 도축 사기’라고도 불린다.
FBI에 따르면 2020년 9억700만달러였던 이 사기 범죄의 규모가 올해 들어서는 11월까지 29억달러로 3배나 늘었다.
제임스 버나클 FBI 돈세탁 전담반 국장은 ‘사기 서비스의 전문화’라며 더 많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들이 여기에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를 속인 사기꾼은 젊은 여성이 아니라, 인신매매돼 수용소에 갇힌 현대판 노예들이다.
조직적인 범죄를 위해 중국 범죄단은 미얀마 동부 등지에 거대한 건물을 지어놓고 ‘일자리를 주겠다’는 말로 수천명을 꼬드겨 이곳에 가뒀다. 범죄단은 그 후 이들에게 암호화폐로 수백만 달러를 훔치도록 윽박지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유엔은 미얀마 전역에 12만명, 캄보디아 등 다른 지역에 10만명이 갇혀 사기 행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