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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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추태로 얼룩진 한 해

2023-12-28 (목)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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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는 되돌아보기조차 민망한 시간이었다. 온 인류는 일 년 내내 갖가지 악몽에 시달렸다. 하늘이 격노하고 땅이 울부짖은 한해였던 것만 같다.
북극의 빙하가 사정없이 녹아내리고 남극엔 때 아닌 폭염으로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알프스 산정 얼음이 녹아내려 스키족들이 발길을 돌리고, 유럽 전역이 유례없는 폭우, 홍수로 난리를 치렀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세계 도처의 화산들이 폭발하는 바람에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심상치 않은 한 해였다.

또 강대국 러시아가 한 줌밖에 안 되는 우크라이나를 마구 사정없이 흔들어 대고 있다.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에 밤낮 가리지 않고 유도탄 공격을 가해 무고한 일반인들이 마구 죽어가고 있다. 하늘이 울고 땅도 울고 있는 참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물고 물리는 증오 보복전쟁도 벌써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학교, 병원 민가주택 가리지 않고 총탄, 포탄이 날아 들어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희생되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예수께서는 일찍이 인간의 미래를 내다보시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원수가 되었어도 사랑을 베풀어 화해를 택하지 않는다면 후손들도 서로 증오심을 버리지 못하고 복수전을 하게 될 것이니 원수일지라도 사랑으로 화해를 택해야 평화가 온다고 가르친 것이다.


예수가 탄생하고 기독교 발상지인 그 땅에서 목불인견(目不忍見: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 따위를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음), 인종말살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니 올해야 말로 “인간이 이렇게도 잔인할 수가 있을까" 하는 충격의 한해였던 것만 같다.
중국과 대만의 충돌 가능성은 인류 대재앙의 예고편으로 꼽아진다. 중국이 이미 막강한 군사력에 아무리 족탄불급(足脫不及: 맨발로 뛰어도 미치지 못한다)이라지만 대만도 미국산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대만의 충돌이 또 어떤 참화를 불러올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한반도에도 민족파멸의 예비순서가 기다리고 있다. 족벌 영구집권 체제를 고집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난동은 그야말로 민족협박 그 자체다. 올 일 년 내내 그들은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으로 국가예산을 탕진했고 그 와중에 2,600만 인민들이 심한 배고픔, 가난에 시달렸다. 올 한해도 우리는 북 정권으로 부터의 핵전쟁 공포로 불안에 떨고 지낸 한해였다.

남한도 불행, 불만, 모순, 분열 등으로 파탄으로 가는 한 해를 지냈다. 불공평한 물질적 풍요는 경제혜택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낸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민행복도 꼴찌, 국민부채 1위… 더하여 부패지수 1위, 극심한 주택난, 출생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 부자감세, 서민증세 같은 이따위 경제정책 기조에 진정한 국민 행복을 기대할 수 없는 일년이었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베풀지 않는 부자는 욕심 많은 거지" 라고 풍자했다. 모두가 새겨볼 말이다.

한국 정치판도 지난 일 년을 얼룩지게 한 본산이었다. 단군 이래 부정비리 협잡꾼이 정치 지도자로 둔갑하고 탐욕 무능 집단이 국민을 희롱하고 있다. 일 년 내내 단 한 시간, 단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 없이 한해를 보내고 있다.
1912년 당시 세계 최대 초호화 여객선은 영국을 떠나 미국을 향해 북극을 항해하고 있었다. 최고 부유층, 고위층 고객들이 매일같이 음악을 즐기며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기상 관측소의 거대한 빙산 충돌 위험 경고가 6번이나 전달되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고 마시며 취했다.

잠시 후 타이타닉 호는 빙산과 충돌하고 그 배에 탔던 1,500명이나 넘는 여객이 수장됐다.
인간의 교만과 아집, 이기주의가 빚어낸 참극 실화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현대판 타이타닉 호에 타고 있는 고객이 아닌지 가슴이 뜨끔해 온다.

지금도 우리 인류는 하늘과 땅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있다. 선과 악을 구별 못하고 이기주의에 빠져 나만 잘 살면 된다며 모든 것을 더럽히고 있다.
올 한 해 절망하기 보다는 돌아오는 새해에라도 희망을 걸어볼 참이다.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 보다. 새해를 향해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 드리고 싶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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