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정맥’,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으로 잡는다

2023-12-19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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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24시간 홀터 검사보다 더 정확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쿵쾅쿵쾅’ 뛰는 것 같거나, 불규칙적으로 ‘탕탕’ 치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가슴속에서 심장이 한 번 혹은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하다.” 이유 없이 심장이 갑자기 빠르거나 느리게,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부정맥 증상이 발생해도 심전도 검사를 하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강기운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발작성 부정맥은 다양한 심혈관 질환 증상으로 지속적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해 '천의 얼굴’로 불린다”며 “정확히 진단되면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하지만 방치하면 심장 돌연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부정맥은 흉부 X선 촬영, 심전도, 심장 초음파, 운동 부하 심전도 검사,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강기운 교수는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 검사로, 심장에 흐르는 미약한 전류를 수초 동안 기록해 그 자세한 파형 분석을 통해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정보를 나타낸다”며 “그러나 드물게 증상이 나타나고 지속 시간이 짧거나 즉시 검사받기 어렵다면 진단이 어렵다”고 했다.

증상이나 발작성 부정맥 발생 지속 시간이 짧아 심전도를 찍는 것이 어렵다면 24시간이나 그 이상 시간에 리듬 및 맥박을 기록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 침습적 ‘이식형 루프 기록계(ILR)’ 등을 사용한다.

홀터 심전도 검사는 심전도 기록계를 부착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기록하는 검사로 보통 24시간 관찰하는 검사다.

침습적 이식형 루프 기록계는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이 의심되지만 다른 비침습적 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환자에게 삽입하는 기록기로, 수년 동안 몸속에 삽입해 심전도 리듬과 맥박을 관찰해 부정맥이 나타날 때 심전도 기록이 자동 저장된다.

이런 검사만으로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면 침습적 ‘전기 생리학 검사’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다. 전기 생리학 검사는 대퇴정맥 등을 통해 여러 형태의 전기적 카테터를 심장 내로 위치시키고 심장의 전기 회로를 확인하고 전기적 자극을 유발해 부정맥을 진단한다.

강기운 교수는 “부정맥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거나 자각하기가 힘들어 심전도검 사나 24시간 또는 수일간 검사를 하는 홀터 심전도검사로는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체내에 이식해 검사하는 이식형 루프 기록계를 심장 앞부분 피부 밑에 이식해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해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진단이 쉽지 않은 부정맥이라면 이식형 루프 기록계를 환자에게 이식해 부정맥 발생 여부를 추척 관찰한 결과, 실신 후 ILR 이식을 받은 환자 중 60%에게서 부정맥을 진단해 조기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돌연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2023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후성(肥厚性) 심근병증 환자의 부정맥 발생 사전 감지에 기존의 24시간의 ‘홀터 모니터링’보다 30일 동안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가 효과적이고 진단이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검사는 24시간 홀터 모니터링보다 착용도 간편할 뿐만 아니라 3일~2주 정도 착용할 수 있어 착용 기간에 심장 리듬 및 맥박을 모니터해 발작성 부정맥 발생의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유럽의 5개 병원에서 심방세동(心房細動)이나 심장 돌연사 발생 위험을 계층화하기 위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0일 동안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 시 모든 부정맥 진단율은 65%였지만, 24시간 홀터 모니터 검사 동안에는 11%에 그쳤으며, 심실 빈맥 진단율은 30일 동안 모니터링 시 62%였지만 첫 24시간 동안에는 8%에 그쳤다.

강기운 교수는 “맥박이 너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이나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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