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는 추수감사절, 12월에는 성탄절, 그리고 신년 맞이… 해마다 식구들 또 가까운 이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바쁜 즐거움의 연말을 맞는데 올 연말은 조용히 지내야 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다급한 불안은 아니지만 지금 가자지구는 전에 없던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관계는 오랫동안 서로 혐오하는 관계였던 것 같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이번 전쟁이 너무 참혹하여 지구의를 놓고 찾아보니 지중해변의 팔레스타인 큰 땅 안에 가자가 있고 그 안에 이스라엘이 아주 작게 있는 것이 보인다. 전쟁의 원인은 대개 나라끼리의 이해관계나 영토분쟁 아니면 종교분쟁이다. 그런데 이 전쟁은 작은 소견의 일반인으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혐오 분쟁 같다.
그래서 우리의 정체성도 재고하게 된다. 우리가 미국에 와서 여러 인종들과 같이 살아도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 분쟁이라든가 인종 간 혐오 없이 살 수 있는 표본의 나라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쟁을 보니 장래를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이란 좋은 지역에 살면 못 느꼈지만 이젠 인종 차별이란 언어도 인종 혐오로 바뀌는 것 같다. 사람들끼리 서로 혐오하게 되는 것은 대개 서로 옳고 그름의 마찰에서 온다. 마찰이 가벼우면 별 일 없지만 센 마찰은 열이 나고 불도 나지 않나.
16세기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내놓고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종교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다시는 지동설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맹서를 하고 풀려나며 “그렇지만 지구는 돈다”고 했던 큰사람의 지혜가 우리 일반에게 없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가 달라 작거나 큰문제가 일어났었다. 그 중에 종교의 이해를 놓고 일어나는 문제 해결이 아직도 큰 것이다 싶다.
17~18세기 유럽에서 생겨난 이신론(理神論)은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20세기초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캠브릿지대 명예교수와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공저 ‘위대한 설계’라는 책이 있다. 여기서 우주의 기원은 신에 의해 이루어졌다기보다 중력의 법칙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빅뱅(우주의 대폭발)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또 중력과 같은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무로부터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다면서 우주와 인류의 존재는 “자연 발생적인 창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윈, 칸트, 링컨, 워싱턴이나 서양 근대 수많은 학자들이 이신론으로 분류된다는 것도 이 책은 밝힌다.
우리 조상들이 1,500년 전부터 국교로 했던 불교도 이신론 입장이다. 현대 지성층 종교관과 일치하는 것에 자부심이라기보다 우리의 정체성에 도움이 된다.
대체로 싸움까지 하게 되는 옳고 그름의 마찰은 상대성 원리 같기도 하다. 상대에게 참고 양보하는 태세에는 마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수세기 동안 나라 간에 일어났던 분쟁이나 전쟁으로 숱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다. 이것도 별일도 아닌 것을 참지 못하고 미리 갖고 있던 무기로, 무기도 무기산업 소비책으로 쓰며 애매한 생명을 앗아갔다.
좋은 일이면 좋게 한 일로, 나쁜 일은 나쁘게 한 일로 언제라도 내게 돌아오는 천리를 왜 ‘영리하고 똑똑하고 악한’ 그들은 모르나. 빅뱅으로 이루어졌다는 이 아름다운 대자연의 지구에서 ‘영악’들이 왜 같이 살게 되어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르는 불안을 예측 못한다.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지성들이, 그것도 물리학적으로 연구해주어 세상이 낙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별생각을 하며 금년 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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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 남성복식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