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30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선두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뒤늦게 뛰어든 유치전에서 막판 대역전을 할 수 있다는 허황된 낙관론으로 국민들을 호도했다. 국민들에게 ‘희망고문’을 한 셈이다.
애초부터 2030년 엑스포는 사우디의 차지였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인사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면서 엑스포 유치를 명목으로 지구촌을 누비고 여기에 대기업들까지 동원됐다. 하지만 결과는 단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특히 이번 참패가 더 민망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외교’를 최대 업적으로 내세워왔고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외교’를 가장 잘한 점으로 꼽는 국민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정상외교’에 몰입해 왔다. 한 달이 멀다하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유엔을 방문해서는 닷새 동안 47개국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다녀와서 코피를 흘리자 대통령실과 일부 언론은 ‘코피 투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런 ‘코피 투혼’의 결과가 29표였다. 대통령 자신도 참담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이례적으로 기자들 앞에 나와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이런 참담한 결과를 예측했었다. 특히 각국 정보에 정통한 외교부와 기업들 내부에서는 유치가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객관적 판세분석 보고는 차단되고, 막판 대역전극으로 유치가 가능하다는 거짓 보고만이 대통령에게 올라갔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보고를 차단한 것이 대통령 주변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가 올라오면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측근들과 각료들은 대통령 입맛에 맞을만한 보고만 올리게 되고 대통령은 인식은 현실에서 유리된다. 점점 더 ‘벌거숭이 임금’이 되는 것이다.
거품 가득한 ‘경제효과’를 들먹이며 ‘메가 이벤트’에 올인 하는 것 자체가 한물 간 시대적 행태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엑스포 유치 올인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비판은 “대통령이 ‘예스맨’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바른말이나 직언을 하는 참모들이 전혀 없다는 애기다. 엑스포 유치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이 제대로 된 판단과 행동을 하도록 보좌해야 하는데도 그런 직언을 하는 참모나 각료가 없어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망신을 자초했다.
‘예스맨’은 상부의 지시나 물음에 무조건 ‘예’로만 대답하며 아첨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반대말은 ‘노라고 말하는 사람’을 뜻하는 ‘네이세이어’(naysayer)이다. 하지만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 앞에서 ‘예스맨’이 아닌 ‘네이세이어’가 되기란 쉽지 않다.
‘예스맨’들의 득세는 조직을 해치고 망가뜨린다. 하지만 ‘예스맨’들에게도 효용가치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리더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조직의 분위기를 띄워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단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리더가 그 사람이 ‘예스맨’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고 그런 아부와 맹종에 휘둘리지 않을 만한 판단력과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결국은 ‘예스맨’들의 존재 자체가 아닌, 리더의 자질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다. 엑스포 망신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