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모래는 섞어져 하나가 되는가 싶다가도 곧 다시 떨어짐을 본다. 경계가 없는 듯하나 확실히 있다. 서로 다른 두 존재는 하나가 될 수는 없는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한 전쟁 소식을 가슴 아프게 접하면서 우리 자신도 우주 속에서 존재 하면서 내가 아닌 외부로부터 매 순간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엇이 자기 자신이며 어떤 것이 자신이 아닌 이물질인지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우리 몸은 분명하게 자신을 인식하고 살아있게 해주는 본능적 지혜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경계는 무엇이며 호시 탐탐 노리는 외적으로부터 어떻게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가? 인체에는 국가의 국방체계보다 더 정교한 일련의 방어선이 있다, 첫째로 물리적 장벽이다. 피부, 눈의 각막, 공기가 들어가서 닿은 호흡관의 점막, 음식이 외부로부터 섭취되어 닿는 소화관의 막, 바깥으로 빠져 나가야 화는 노폐물을 담고 있는 배뇨관의 점막은 우리 몸의 물리적 장벽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벽에서는 땀, 눈물, 점액 등의 분비물이 나와 벽을 세균으로부터 더욱 견고하게 하는데 화상이나 물리적 손상으로 장벽이 파손되면 세균이 침입을 하게 된다.
평균 성인은 하루 2만 리터의 공기를 흡입하여 산소를 흡수하는데 이 만큼의 공기는 동시에 유해한 입자와 가스를 포함하고 있다. 먼지와 그을음,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입자가 기도 및 폐포 표면에 닿으면 세포에서 분비하는 점액에 붙게 되고 기도 내부을 싸고 있는 세포에 존재하는 미세한 머리카락 같은 섬모는 점액을 위로 밀어내어 점액층에 갇힌 병원균과 입자는 기침으로 뱉어 내게 되거나 구강으로 이동하여 삼켜지게 한다.
우리 몸에서 물질적 장벽이 뚫릴 때 군대와 같은 백혈구가 등장하게 된다. 이를 면역체계라 하는데 군대에도 여러 종류의 군인들이 있듯이 여러 종류의 면역체계가 있다. 태어 날 때부터 존재하는 선천면역에는 이전에 미생물이나 다른 침입자를 접해보지 않았어도 효과적으로 침입자를 삼켜버리는 대식세포, 호중구 백혈구 등이 있고, 암세포나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여 세포를 아예 없애버리는 자연 살해세포도 있다. 또 다른 백혈구는 염증에 관여 하는 물질,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많은 면역세포를 필요한 곳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전투 병력을 동원시키고 움직여 주는 부대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후천적 면역의 경우는 임파구라는 백혈구가 침입자를 만나 공격 방법을 학습하여 다음에 다시 만나면 효과적으로 침입자를 삼키고 조각으로 분해하게 되는데 적을 만난 후에 시간이 흘러 적응해야 된다. 이처럼 다양한 군대에 해당되는 여러 백혈구들은 골수에서 생산된다.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은 상호적으로 작용하는데 세포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혈액의 액체부분에 녹아 있는 사이토카인이라 불리는 면역체계 전달체, 항체, 단백질 등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문제가 생긴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혈관을 확장시키고 더 많은 세포와 액체가 혈관에서 조직으로 들어가게 해줌으로써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준다. 염증은 괴롭지만 적군과 잘 싸우고 있음을 알려주는 반증이다. 몸은 면역 반응이 국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는 불필요하게 온 몸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절해준다. 국가 간의 국지전이 전면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과 국제 사회가 항상 중재하려는 시도와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언제나 많은 희생을 가져오고 그칠 날이 없듯이, 침입자를 삼켜서 분해한 대부분의 백혈구는 스스로 파괴되어 흡수되고, 후천 면역의 일부인 기억세포는 특정 침입자를 기억하며 유지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되고, 우리와 닿아있는 우주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됨과 동시에 같은 우주공간에 살면서 방어기전이 약해서 고통 받는 이웃을 생각하며 도와야 한다. 나도 언제든지 그들과 같은 운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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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