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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2023-11-24 (금) 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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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기록을 남긴다. 고대 동굴의 벽화나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의도적 기록이 아니라 할지라도 여러 기록을 남기게 된다. 혼자 살 수 없고 무언가를 교환하며 사는 존재인지라 금전적 행위를 해 거래의 기록을 남기게 된다. 현대인의 경우는 은행거래내역이라 하겠다.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면 병원에 기록이 남게 된다. 인터넷의 도래 이후 디지털 기록도 남는데,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의 회사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별도의 이력서 없이 그 개인이 인터넷에 남긴 기록만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다.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또 다른 기록이 언급된다. “탄소발자국”과 “물 발자국”이다. 탄소발자국은 차가 지나가며 공해를 뿜어내듯 개인, 기업이나 단체가 활동하며 직, 간접적으로 뿜어내는 탄소량이다. 물발자국은 일상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소모되는지 나타낸다. 사람은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행위로 이런 발자국을 남긴다. 치즈 햄샌드위치, 작은 감자칩 한 봉지, 시원한 탄산음료가 든 간단한 점심 일 인분에 780리터의 물 발자국을 남긴다니, 하루에 먹는 삼시세끼 때 내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도 생각해 볼 일이다.

미 환경보호국 (EPA) 웹사이트 Carbon Footprint Calculator에서 내 삶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보았다. 내 집의 우편번호와 몇 명이 사는지 입력한 후 집의 냉,난방방식, 온도설정, 에너지절약 가전제품 및 전구, 세탁기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찬물로 세탁하는지, 빨래를 드라이기 대신 널어서 말리는지 등에 답하면, 다음으로 차와 관련해 소유 차량 수와 가스당 효율, 앞으로 연간 운전하는 마일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묻고 마지막으로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를 얼마나 실행하는지 묻는다.


내친김에 물 발자국도 https://www.watercalculator.org/에서 확인해 보았다. 물 발자국 계산은 더 상세한 질문이 이어졌다. 몇 명의 가족이 샤워를 몇 분 정도 하는지,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변기에 소변을 모았다가 대변과 함께 물을 내리는지, 샤워나 수도꼭지 혹은 변기에 낮은 유량(slow flow)을 사용하는지 (예를 들어 낮은 유량 변기는 한번 플러쉬에 1.6갤런을 쓰지만 기존의 변기는 5~7갤런을 쓴다), 세탁, 식기 세척, 정원관리 등등 일상의 물을 쓰는 모든 행위를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질문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부분보다 식생활과 삶의 방식 등의 간접 사용이 훨씬 큰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주에 몇 마일 운전하느냐?”는 질문 밑에 “가솔린 생산에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된다. 평균 1마일 운전에 필요한 가솔린 생산에 3/4갤런의 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음으론, 거주방식과 식재료를 제외한 소비, 그리고 식생활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비건, 베지테리언, 육식 중 육식을 택하자, 내 가정의 일일 물 발자국은 355갤런에서 1,638갤런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육식의 빈도수에 따라 수치가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육류생산에 얼마나 많은 물이 드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육류 소비자에 비해 채식주의자의 물 발자국은 그 반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육류를 생산하는 축산업은 온실가스배출로 인한 대기오염뿐 아니라, 수질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등 막대한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미국에선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올 10월에 미국 법인 중 매출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며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에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및 간접 배출량 등을 보고하는 법률을 마련했다. 유럽 연합(EU)의 경우 이제 탄소발자국뿐 아니라 환경, 사회, 인권 및 지배구조 등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 따라 폭넓은 현황과 미래지향적 전략을 요구한다. 개인들에게도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무언가가 도입돼야 하지 않을까. 육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육류에 환경세를 부과하면 어떨까?

한해가 어느덧 저물어 간다. 늦가을 스산한 바람에 지난 발자국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무심코 파괴한 것들이 모두 기록되고 있다.

<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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