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 영국 국빈방문 극진 예우 화제
▶ 찰스 3세 초청 첫 국빈… 예포 41발 발사
기마부대 호위 속 버킹엄궁까지 마차 행렬, “영국엔 베컴, 한국엔 손흥민” 영어 연설

21일 영국 런던 도심에 태극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대거 걸린 가운데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함께 탄 로열 마차가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공식 환영식에서 찰스 3세 국왕의 환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5월 대관식 후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이다. 영국 왕실은 통상 1년에 2번 국빈을 맞이한다. 외국 정상의 방문 형식 중 최고 수준 예우인 국빈 방문인 만큼 버킹엄궁까지 마차 행진, 왕실 근위대 사열 등 그에 걸맞은 의전이 수반됐다.
이날 국빈 일정은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윤 대통령 부부 숙소로 찾아와 마중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두 부부는 환담 뒤 영국 왕실 전용 차량인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고 함께 공식 환영식장인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했다.
벤틀리가 영국 왕실을 위해 2대만 특별 제작한 리무진으로 영국 왕실 측은 윤 대통령의 런던 도착 직후부터 이 차량을 제공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는 광장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웃으며 맞이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윤 대통령에게 영국 왕실과 정부 인사들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도 악수하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
영국 측에서는 케네스 올리사 런던 지역 국왕 대리인, 데이빗 캐머런 외교장관,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 안토니 라다킨 합참의장 및 육해공 참모총장, 패트리샤 맥알리스터 웨스트민스터 시장 등도 자리했다.
이어 왕실 근위대 사열도 이뤄졌다. 아리랑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함께 근위대를 사열했다. 최고의 예우를 뜻하는 예포 41발도 발사됐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백마가 끄는 황금색 왕실 마차에 탑승했다. 마차에서는 통역만 대동한 가운데 대화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마차는 ‘아일랜드 마차’로도 불리며 주로 국왕의 공식 행차에서 사용된다. 김건희 여사와 커밀라 왕비는 ‘호주 마차’로 불리는 두 번째 마차를 타고 뒤따랐다. 한국 측 공식 수행원 10명까지 포함해 총 7대의 마차가 행진했다.
대규모 기마 부대의 호위 속에 마차는 국빈 오찬 장소인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더몰 거리 1마일가량을 이동했다. 행진 중에는 애국가가 연주됐다. 거리에는 태극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나란히 걸렸다. 거리 주변에는 마차 행진을 구경하려는 런던 시민과 관광객들이 대거 몰렸다.
국빈 오찬은 버킹엄궁에서 소규모로 개최됐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오찬 이후 훈장과 선물을 교환하고, 버킹엄궁 픽처 갤러리에 전시된 한국 관련 소장품들을 함께 관람했다. 고종이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와 휴대용 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 당시 선물 받은 청자꽃병과 안동 하회탈, 조지 6세가 윈스턴 처칠 경에게 보낸 편지, 광화문 관련 소장품이 전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영국 국방부 앞 한국전 참전 기념비로 이동해 헌화했다. 윤 대통령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도 헌화했다. 방명록에는 영어로 “자유와 정의를 향한 당신의 헌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웨스트민스터 의회 로열 갤러리에서 한 영어 연설에서 양국의 문화예술 매력을 언급하며 “영국이 비틀스·퀸·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갖고 있다면, 한국엔 BTS·블랙핑크·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습니다”라고 말해 영국 의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양국이 기존 관계를 ‘글로벌·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가운데 음악·영화·스포츠와 같은 ‘소프트 파워’를 공통점으로 내세워 상호 친밀감을 드러낸 것이다.
연설문 제목은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이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는 해당 구절을 영어로 그대로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