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한국 개신교인 챗GPT 사용 설교 ‘부적절하다’ 인식

2023-11-21 (화) 준 최 기자
크게 작게

▶ “목회자 개인적 묵상과 영성 결여되기 때문”

▶ 표절 및 가짜 정보 생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 “행정 전산화·회계 관리에는 도움 될 것”

한국 개신교인 챗GPT 사용 설교 ‘부적절하다’ 인식

한국 내 개신교인들은 목회자가 챗GPT 등 인공 지능 기술로 설교문을 작성하는 것을 부적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최근 미국 성인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 조사가 실시됐다. 조사에서 많은 교인들은 목회 사역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한국 내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설문 조사가 진행됐는데 한국 교인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생각도 미국 개신교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기독교 전문 조사기관 목회데이터 연구소와 지앤컴리서치가 ‘챗GPT에 대한 성도 인식’이란 주제로 지난 5월 한국 내 19세 이상 개신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교인과 목회자가 챗GPT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교인 중에서는 약 60%가, 목회자 중에는 약 80%가 ‘알고 있다’(구체적 또는 어느 정도)라고 답했다.

챗GPT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비율은 교인이 20%로 목회자(15%)보다 높았다. 반면 챗GPT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는 비율은 교인이 약 15%였고 목회자 중에서는 2%로 거의 대부분의 목회자가 챗GPT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챗GPT를 월 1회 이상 사용한다는 목회자는 22%로 대부분 목회자는 챗GPT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챗GPT를 사용하는 목회자는 설교와 강의 자료 검색 용도(80%)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했고 성경 공부 준비(29%), 교회 행사 기획(20%), 설교문 작성(18%) 등의 목적으로도 챗GPT가 사용되고 있었다.

목회자 5명 중 1명이 챗GPT를 목회 사역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한국 교인들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설교문 작성을 위한 챗GPT 사용에 대한 반감이 높았는데 교인 중 약 64%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교인들이 목회자가 챗GPT를 사용해 설교문을 작성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영성과 노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목회자의 챗GPT 사용을 반대하는 교인 중 58%는 설교 준비에 필요한 개인적인 묵상과 연구가 결여된다는 생각을 밝혔고 약 34%는 설교자의 생각과 노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챗GPT를 사용해 설교문을 작성했을 때 표절을 우려하는 교인도 약 5%였다. 목회자의 챗GPT 사용에 긍정적인 교인은 참고 성경 구절·문헌 검색 시간 절약, 효율적인 설교 준비에 도움, 더 나은 설교문 작성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발자 사이에서도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윤리적 문제점이 많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 내 개신교인 역시 챗GPT 기술을 목회 사역에 접목했을 때 발생가능한 여러 윤리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챗GPT가 목회자의 역할을 대체할 것을 우려한 교인이 33%로 가장 많았고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 생성(25%), 저작물·정보 무단 도용(16%), 오작동(13%)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반면 교인들은 교회 행정 전산화, 회계 및 예산 관리, 교회 정보 안내 등의 목적으로 챗GPT를 사용하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챗GPT의 미래에 대한 교인의 생각을 알면 향후 챗GPT가 목회 사역에 얼마나 활용될지 가늠할 수 있다. 목회자가 설교를 준비할 때 챗GPT가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교인은 약 23%였고 제한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교인은 약 62%였다. 설교 준비를 포함한 목회 사역에서 챗GPT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한 교인이 89%로 대부분 교인이 목회자에 의한 챗GPT 사용이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준 최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