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정치는 물과 같아야

2023-11-06 (월) 이승우 변호사
크게 작게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노자의 노덕경에 나오는 말로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도덕경은 윤리학 서적같이 보이나 사실은 제왕을 위한 정치학 교과서이다. 제왕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치세를 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제왕의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장애물을 만나면 비켜가고 둑을 만나면 잠시 고였다가 넘치면 다시 흐른다. 결국은 그 종착점인 바다로 흐르는 것이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인 말이다. 장자의 재물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세상을 경영해 백성을 구제, 즉 백성의 고생을 들어준다는 뜻이다. 백성의 문제는 일상이고 일상은 의식주의 문제이다. 따라서 경세제민은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윤정부 대외정책의 최대 실책은 급속한 탈중국 정책을 통해 그동안 중국시장에서 얻어온 경제적 이익을 급속히 감소시킨 점이라 생각한다. 미중의 패권 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미국을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모두 선택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무역적자가 전 세계 순위에서 208개국 기준 200위까지 내려앉았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일본보다도 뒤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IMF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 전, 중국과 한국의 무역 거래량이 1년에 250조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한국 전체 예산이 600조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의 60%를 중국이 구매했었다.

한국 정치와 경제의 비극은 70년이 넘는 남북 대치 상황이다. 최상의 합리적 경제정책의 수립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군사동맹국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어야 하는 원죄를 안고 국가는 경영된다. 역대 정부의 문제는 이런 제약 속에 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특히 급격한 대외 경제정책의 변화는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지양했었다. 우리 기업과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시장을 준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정치는 물과 같아야 한다. 물이 어떤 경우라도 바다로 흘러가듯이 정치도 경제를 성장시키는 쪽으로 부단히 발전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가 위축되고 기업과 상인에게 손해를 주는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경세제민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미중패권 경쟁상황에 처한 한국을 보고 IMF가 조언용으로 대응 전략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내용은 경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중국 중에 어느 쪽도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미중패권 경쟁의 가장 큰 피해국이 된다는 것이다. 새겨들어야할 말이다.

윤 정부가 출발한 지 2년이 가까워오고 탈중국이라는 대중정책이 고착화되어가는 이때, 늦은 감은 있지만, 탈중국화 정책을 가속화시키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업과 상인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시장의 추가 감소만은 막아내는 대중정책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동안 대중무역에서 얻어온 이익은 지켜야 한다. 이 모두가 한국 경제를 위하고 국민의 고생을 들어주는 일이다.

<이승우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