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 뮤지엄 수집 작품·해외 기관 대여 20세기 주요 작품 전시
▶ 12세기 칠기 등 고미술품도 함께 전시…선, 사물, 장소, 사람 주제 나눠

세계 4대 미술관중 하나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하 메트 뮤지엄)은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오는 7일부터 내년 10월20일까지 12세기 칠기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작품 30여점을 선보이는 ‘리니지: 메트에서의 한국 미술’(Lineages: Korean Art at The Met)’ 전시회를 개최한다. 한국 근현대 회화전이 메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근현대미술 뿐 아니라 고미술품도 함께 전시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를 받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지난 25년간 메트 뮤지엄에서 수집한 작품 및 해외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20세기 주요 작품도 함께 나온다.

한국 근대 미술작품인 백남순 화백의 ‘낙원(1937)’을 비롯해 동양화가 서세옥의 수묵화 ‘사람들’(1988), 김환기 화백의 ‘달과 항아리’(1954), 권영우 화백의 ‘무제’(1984), 김홍주 화백의 ‘무제’(1993). 농민화가 이종구 화백의 ’오지리에서’(1988), 이불의 조각 ‘무제’(2000), 이유태의 ‘탐구’(1944) 등 한국 근현대 미술 뿐 아니라 17세기 초 조선시대 탄은 이정의 족자 작품 ‘대나무 조선’, 15세기 중반 분청사기 인화국화무늬 ‘경주장흥고’ 명대접, 분청사기 ‘철화 초화무늬 병’ 등 조선시대 고미술품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메트 뮤지엄은 전 세계 5000년 예술사가 담긴 작품 수만 점을 소장해 세계 4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리니지전을 기획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한국 미술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인 현수아씨는 “이번 전시는 일제 침략과 전쟁, 신문물 등 격동의 시기 속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이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 사물, 장소, 사람 등 4개 주제의 전시
‘리니지’(혈통) 전시회는 선, 사물, 장소, 사람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통해 굵직한 한국 예술사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서세옥(1929-2020)의 수묵화 ‘사람들’(People)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사람 인 한자의 반복으로 형성된 이미지로, 이번 전시의 네 가지 상호 연결된 주제인 선, 사물, 장소, 사람을 담고 있다.
첫 주제인 ‘선’은 한국 미술에서의 서예와 수묵화의 중요성과 함께 그 의미와 유산에 대한 현대예술가들의 다양한 답변을 제시한다.

‘사물’이라는 주제하에서 도자기는 현대 예술품과 짝을 이루어 함께 전시된다. 김환기 작가의 ‘달과 항아리’부터 바이론 김의 ‘Goryeo Green Glaze #1’ 과 ‘Goryeo Green Glaze #2’에 이르는 작품들은 고미술에서 영감을 얻을 뿐 아니라 이가 지니는 예술적 관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세 번째 주제인 장소는 한국 미술, 특히 풍경화에 깊이 새겨 있으며, 소속감, 고향, 정체성의 개념과 연결된다.
20세기 한반도의 식민지화와 분단으로, 장소에 대한 이러한 개념에 분열, 강제 이동, 분리라는 의미가 더해졌으며, 이러한 복잡성은 백남순과 김홍주의 작품들에서 잘 드러난다.

마지막 주제는 ‘사람’이다. 20 세기 이전, 서예와 산수화는 존중받는 회화의 양식이었으며, 인물 표현은 대개 초상화에서 사용됐다. 박수근이 그린 고요하지만 꿋꿋한 여인들부터 이종구의 뜻 모를 표정의 남성들까지, 인물 표현의 유형과 방식의 확장은 20세기 한국 사회가 경험한 계급제의 재편 및 급격하면서도 또한 총체적인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

■메트 뮤지엄 한국관 역사
메트 뮤지엄이 수집한 첫 한국 예술품은 악기 여덟 점으로, 1889년 크로스비 브라운 컬렉션의 기증품 중 일부였다. 4년 후인 1893년에는 15세기 분청사기 인화 국화 무늬 ‘경주장흥고’ 명대접을 입수했다.

화가인 사무엘 콜만과 그의 아내 앤 로렌스 콜만이 기증한 동양 도자기 245점 가운데 하나였다.
메트의 한국 미술 컬렉션은 1913년과 1930년 사이, 12세기 상감 칠기 상자와 고려시대(918-1392)의 국보급 불화 다섯 점 등 희귀 작품이 추가되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규모의 중국관이나 소장품이 많은 일본관에 비해 규모가 작고, 고미술 중심 전시를 해 다채로운 전시 필요성이 제기돼 1998년 한국교류재단의 후원과 삼성문화재단의 운영자금 지원으로 메트 뮤지엄내 한국관이 개관했다.

미술관 측은 한국관을 설립해 한국 미술 연구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분청, 금강산, 신라 왕조(기원전 57년~서기 935)등의 새로운 미술 매체와 주제를 선구적인 전시와 출판물을 통해 전 세계 관람객에게 소개했다.

미술관 안내
▲장소, The Met Fifth Avenue,Gallery 233, Floor 2, 1000 Fifth Avenue, Manhattan, NY 10028
▲관람시간 일~화·목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수요일, 추수감사절, 12월25일, 1월1일 휴관)
▲관람료 일반 30달러(65세 이상 노인은 22달러, 학생 17달러. 12세 미만 및 멤버 무료), 뉴욕 주민 및 뉴욕·뉴저지·커네티컷 거주 학생은 원하는 만큼 내는 권장요금(Pay what you wish)
▲문의 212-535-7710, 웹사이트 www.metmuseum.org

<김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