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지난 수년동안 민주당이 화석연료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런 주장은 공화당 대통령후보 토론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도 파업에 나선 자동차 노조원들을 향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최소한 공화당의 견해에 따르면)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그들의 갖고 있는 도구를 총동원해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를 막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시절 사상 처음으로 원유와 석유상품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일궈낸 “에너지 독립”마저 삽시간에 날려버렸다.
전임 행정부의 부통령이자 현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마이크 펜스는 “조 바이든이 취임 첫날 에너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그는 화석연료 사용을 끝내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의 발언은 불길하게 들린다. 그러나 필자는 공화당이 반길만한 희소식을 하나 갖고 있다: 미국의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은 바이든 정권 아래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미국에너지관리청(EIA)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띠르면 팬데믹 초기에 잠시 주춤했던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지금은 기록적인 고점에 바짝 접근해 있다. EIA는 국내 오일 생산량이 내년에 역대 최고치를 작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천연가스 생산도 기록적인 수준을 맴돈다. 텍사스 A&M 대학의 에릭 루이스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후 지금까지 승인한 공유지에서의 오일과 가스 시추 허가 건 수는 이전 정권이 같은 기간에 허용한 수치를 살짝 웃돈다고 밝혔다.
화석연료와의 전쟁이 고작 이 정도라면 민주당의 전투력은 분명 보잘 것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화석 연료와의 전쟁은 순수한 정치적 창작물이다. 바이든과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할 시점에 공화당의 구태의연한 친화석연료 아젠다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화석 연료의 수요, 혹은 생산을 줄이기 위해 한때 연방 정부의 정책 지렛대 사용에 관심을 가졌던 민주당 고위 정치인들마저 태도를 바꾼지 오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유권자들이 고유가에 분노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에너지 회사들의 생산량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거듭했다.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고지식한 정책입안자들은 여전히 탄소배출세를 지지한다. 탄소세가 소비자들의 탄소집약적 상품 구매를 꺼리게 만들고, 대체기술 혁신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를 불문하고 선출직 관리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한때 탄소세를 지지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바이든의 기후 아젠다에는 탄소세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신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기업에게 상을 주는 “당근” 정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것이 바이든의 주요 기후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기본틀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은 재생에너지 개발에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켜하지 않는 대중에게 청정에너지 사용을 강제했기 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대표적 강세지역인 텍사스는 전국에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를 발전량이 가장 많은 주이다. 반면 미국은 전반적으로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에 의존한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대단히 미흡한 수준이다.
싫건좋건 이것이 우리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다. 재생에너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쪽을 택한 공화당은 있지도 않은 화석연료 제한을 문제삼아 민주당을 비난한다.
이는 민주당이 최악의 처지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기후변화를 효과적로 늦춰줄 조치를 채택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면서도, 인기없는 정책을 시행한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여론의 부당한 질타를 받고 있다.
앞서 필자가 지적했듯 정치인들의 태도에 상관없이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으로 풍력과 태양광이 석탄과 천연가스를 상대로 빠르게 가격경쟁력을 갖추어가고 있다. 이제 단 하나의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이같은 전환의 속도를 늘리느냐 줄이느냐이다. 무슨 일을 하건 어차피 비난을 받는 입장이라면 민주당이 앞장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좋지 않을까?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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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