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은 한글날이었다. 세종대왕이 언어학자들을 동원하여 어문각이란 건물을 짓고 연구하여 펴낸 매우 우수한 언어이다. 자음 14개 즉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그리고 모음으로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10개를 합성하여 만든 것이다. 여기에 받침을 깔아 어떤 한국말이든 문자로 표기할 수 있게 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다.
한글이 없던 시절에는 어려운 한문으로 표기하려고 애썼으나 매우 불충분하였다. 특히 여성이 한문을 깨우치기는 더욱 힘들었다. 나의 어머니는 소학교도 다녀본 일이 없으나 한글이니까 성경을 잘 읽으신다. 한글의 보급은 급속도로 전국에 퍼져 나갔고 이로 인하여 한국의 문화발전이 속도를 낸 것은 물론이다.
김윤경, 최현배 같은 한글학자들이 강력히 주장하여 한글 전용시대를 열었는데 일본처럼 한문과 나라 글을 병용하였으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병용하면 뜻을 빨리 알아 독서가 무척 빨라지기 때문이다. 6학년까지 한자 천자를 배우는 것이 어렵지 않으므로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글 때문에 성경 보급이 잘된 것을 생각하면 한글은 기독교 전파에 큰 역할을 하였다. 한글 한문 병용 성경도 나와 매우 편리하다. 컴퓨터를 생각하면 한글 사용이 얼마나 빠른지 모른다. 한문 컴퓨터가 얼마나 배우기 힘들겠는가. 한글 컴퓨터는 소학교 아이들도 잘 한다.
문제는 언어 개발인데 언어학자들이 많이 연구하여 계속 순 한글말들을 개발하여 나가야한다. 쫄깃쫄깃, 개웃개웃, 술렁술렁 등 수없이 좋은 표현을 생각해낼 수 있다. 어학당을 두어 모든 국민들이 자기의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글 문장은 띄어쓰기가 매우 중요하다. 가령 ‘아버지가 방에 들어갔다’를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갔다’가 될 수 있다.
노래 가사도 한글 전용으로는 뜻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순신의 시를 예로 들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긴 칼을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 호각은/ 남의 애를 끊느니”. 한산섬은 寒山섬, 수루는 樓, 일성은 一聲, 호각은 號角 등 한자를 모르면 옛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
평양 기생 황진이의 시도 읽어본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리/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청산은 靑山, 벽계수는 碧溪水, 일 도는 到, 명월은 明月로서 황진이의 예명, 수이는 빨리의 옛말, 공산은 空山 등으로 한자를 모르면 뜻을 알 수 없다.
나는 글을 많이 썼다. 저서가 196권으로 세계 최고라는 말도 들었다. 나는 글을 되도록 쉬운 말로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문장을 짧게 쓴다. 긴 문장은 지루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동화를 많이 썼다. 동화집 16권이며 한국의 아동문학상 세 개를 모두 받았다.
원고들은 모두 출판사에 주었으므로 나와 수입과는 관계없다. 그래서 출판사들이 내 원고 받기를 원하였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므로 원고료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글쓰기 60년 열심히 썼다. 전집으로는 설교전집 23권, 동화 18권, 방대한 예화사전 세 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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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