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정훈의 클래식 칼럼

2023-10-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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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심포니와 함께 하는 ‘알프스의 밤’

이정훈의 클래식 칼럼
지난 9원29일(금) 저녁, SF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는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An Alpine Symphony) 공연이 열렸다. 아름다운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R. 스트라우스의 교향시 치고는 가장 서정적인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목 ‘알프스’가 상징하고 있듯, 전원을 노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쾌하면서도 목가적이고 어딘가 철학적 명상에 젖어들게 하는 이 작품은 후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품이면서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는 많이 연주되는 작품은 아니다. 왜냐하면 (폭풍우의) 바람을 연주하는 부근에서 특수 악기를 써야하며 오르겐 연주 등 너무 많은 악기가 동원되는 바람에 하모니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곡이 인기곡이 되고 있는 이유는 1백여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가 창출해 내는 시원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때문이다. 음으로 전해 지는 알프스의 풍경이라고나할까?

29일 저녁, 에사 페카 살로넨의 지휘로 연주된 SF 심포니의 연주는 관악기들의 활약 덕분에 관객들에게 장쾌한 하모니를 맛 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며 또 지휘자의 세련된 지휘, 곡 해설로 성공적인 연주회를 마칠 수 있었다. 지역 신문(크로니클지)도 이날의 연주회를 오케스트라의 난곡을 살로넨만의 독특한 곡해설로 명 연주를 들려 주었으며 특히 브라스(관악)부분에서 지휘자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반대로 SF 심포니의 브라스야말로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었다. 물론 SF 심포니의 이날 연주는 훌륭했다. 그러나 세계 일류 악단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브라스의 보강은 필수다. 지휘자 살로넨이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바톤을 이어받아 브라스를 보강시켰다는 인상은 받을 수 없었다.

MTT는 곡목 선택에 있어서 알프스 같은 대작을 피해가는 요령(?)은 비판 받을 만 하지만 사운드(하모니)를 창출해 내는 데 있어서는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일백프로 발휘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능력을 보여주었다. 살로넨의 경우는 특별히 강력한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음악성이 뛰어난 관계로 곡의 방향과 연주자들과의 호흡은 최선이었다. 아쉬운 것은 MTT 때보다 더 발전한 하모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펜데믹을 지나면서 오케스트라의 재정적 문제가 아직 뒷받침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SF 심포니는 지난 주 단원들과 최저 연봉 15만달러를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단원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 하고 있지만 모든 오케스트라들이 재정적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딱히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SF 심포니의 연봉 협상은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심포니 연주자들의 불만은 향후 4억5천만달러의 예산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무려 1억달러를 심포니홀의 수리비로 지출하는데 대한 불만이 크다.


SF 심포니는 이사회를 통해 1억 달러를 들여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공연장을 대폭 업그레드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기사는 따로 언급하겠지만) 아무튼 SF 심포니는 심포니 홀이 완성된(1981년) 이후 40년이 넘도록 음향문제의 해결점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브롬스테드 시절 (지휘자가 사비를 지출해 가며) 수천만달러를 들여 재 공사를 시작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심포니 홀의 음향은 LA 디즈니 홀 등에 비해 격차가 크며 심지어 옆 건물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에 비해서도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아무튼 심포니 홀은 향후 재 공사를 통해 홀의 전체 음향 공간을 4천 스퀘어 정도 늘릴 예정인데 숙원이 음향문제가 해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날 공연은 세계적인 트럼펫 주자 윈튼 마샬의 서부 초연 작품(약 5분) “Herald, Holler and Hallelujah! ,”로 시작됐다. 코프랜드의 “Fanfare for the Common Man”에서 따온 작품으로 브라스, 드럼만으로 연주된, 작고 강렬한 사운드로 청중들의 갈채를 얻어냈다. 두 번째 작품,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리스 출신의 대가 Leonidas Kavakos가 출연하여 현란한 기교를 선보였다. 체구에 비해 모션은 크지 않았지만 안정된 주법으로 시종 곡분위기를 장악한Kavakos는 1악장이 끝나자 예외적으로 긴 박수를 받았는데 지휘자 살로넨이 자제를 부탁할 정도였다. Kavakos는 청중들의 열광적인 갈채에 앵콜곡으로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중 ’Sarabande’를 선사했다.
마지막 작품의 작곡가 R. 슈트라우스(1864-1949)는 후기 낭만파에 속하는데, 1949년에 사망했으나 현대를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작곡가였다. 20세기 작곡가였지만 불협화음을 거의 쓰지 않았고 낭만주의 형식으로 수많은 교향시와 오페라 등을 남겨 후기 낭만파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 한명으로서 이름을 남겼다. 대표작 ‘알프스 교향곡’ 등은 오케스트라의 폭력이라 불리울만큼 현란한 악기들의 충돌이 극찬받았던 작품들이다.

R. 슈트라우스는 약관 14세 때 알프스에 올랐는데 당시의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해 그의 나이 47세(1911년)에 이 작품을 구상, 4년에 걸려 완성했다. 서정미와 자연미, 치유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데 20세기의 ‘전원 교향곡’으로 불리우며 자연에 대한 초월적 경외감보다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자연에 대한 도전, 승화 등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Sun Set 부분은 하산하는 모습으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 놓는 듯한 해탈의 선율로서 큰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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