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차하기 겁난다’ 차내 물품절도 극성

2023-10-06 (금)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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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들어 1,165건 한인타운 전지역 ‘위험’

▶ 경찰에 신고해도 ‘비응급 상황’ 출동 안 해

‘주차하기 겁난다’ 차내 물품절도 극성

지난달 28일 LA 한인타운 웨스턴길 인근에서 한 흑인이 한인 차량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나고 있는 모습. [피해자 제공]

지난 주말인 지난달 28일 오전 LA에 사는 30대 한인 김모씨는 한인타운 웨스턴길 인근에서 차 안에 둔 가방과 노트북 컴퓨터를 고스란히 도난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김씨가 데이케어에 아이를 내려주려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린 불과 몇분도 안되는 사이 근처의 다른 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절도범이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돌아가 순식간에 차안에 있던 물건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절도범은 흑인 남성이라는 사실이 인근 감시카메라에 잡혔다. 가방에 현금은 얼마 없었지만, 크레딧카드, 면허증 등이 들어있었고, 노트북 컴퓨터는 고가인 것은 물론 그 안에 중요한 서류들이 저장돼 있던 터라 김씨는 사실상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LA경찰국(LAPD)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전화했지만 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야 받은 답변은 ‘비응급 상황’이라 온라인으로 신고를 접수하라는 말 뿐이었다. 결국 온라인으로 접수했지만 경찰의 조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만 고스란히 남았다.


이처럼 LA 한인타운 지역 차량 내 물품 도난 사건은 수년째 끊이지 않고 보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제임스 우드 블러버드와 베렌도 스트릿 교차점 부근에서 53세 운전자가, 28일에는 세라노 애비뉴와 윌셔 블러버드 교차점 부근에서 56세 운전자가 950달러 이상 규모의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LAPD의 최신 집계 자료에 따르면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올림픽경찰서에 올해 1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무려 1,165건의 차량 내 물품 절도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의 1,137건보다 2.5%, 2021년 같은 기간의 986건보다 18.2% 각각 늘어난 수치로 증가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절도 범지는 오래 주차해 놓은 차량 뿐 아니라 김씨와 같이 운전자가 잠시 내린 사이 습격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 내 물품 절도는 현재 한인타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한인타운에서 많은 종류의 범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차량 내 물품 절도는 또 다시 증가했다. 게다가 피해 발생 위치를 보면 워낙 다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들도 포함돼 사실상 한인타운 내 모든 거리가 위험지역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고 정부나 경찰의 특별한 대책이 마련돼 있있는 것도 아니다. 워낙 빈번한 ‘비응급’ 범죄로 여겨져 경찰 대응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니 피해를 당하면 사실상 복구가 어렵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차량내 물품 절도 예방을 위해 ▲금세 돌아올 예정이거나 가까운 곳에 있더라도 주차후 차량 문과 창문이 모두 닫혔는지 확인 ▲차량에 여분의 키를 두지 않고 차키를 꼭 본인이 소지 ▲귀중품이나 신용카드 등을 차안에 놔두지 말고, 부득이하게 놓더라도 밖에서 잘 보이는 곳에 두지 않기 ▲가능하면 교통량이 많고 밝은 곳에 주차 ▲핸들이나 브레이크 잠금 장치 등 도난 방지 장치 구입 등을 조언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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