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 경제정책은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의 원칙을 최대 명제로 수용하는 과거 수십 년간의 지배적 경제 정책이 미국경제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에 따르면 과거의 접근법은 불평등을 대가로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고, 제조 산업을 무너뜨려 결과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끔 만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생산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부흥을 장려하고, 에너지 산업을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춘 수십 년 래 최대 규모의 공공투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연방 재무부의 초기 자료는 이같은 정책이 성공을 거두었음을 보여준다. 컴퓨터,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시설 건설비용은 2021년 말 이후 두 배로 늘어났다. 비 거주용 건설비도 바이든의 대규모 기반시설 법안이 통과된 이후 대략 15%의 증가세를 보였고, 민간분야의 지출 역시 공공분야 지출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시 말해, 정부의 정책과 지출은 민간분야의 제조시설 투자를 촉진하는 족매제의 역할을 담당했다. 다른 경제 선진국들의 경우 제조시설 건설비는 눈에 뜨일 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단지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룬 성과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막대한 연방 지출의 결과는 장기적인 테스트를 거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단기적으로 정부지출과 세제지원은 경기 활황을 불러왔고, 민간분야는 행여 기회를 놓칠세라 시설 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정부의 재정여력이 바닥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바로 이 지점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이 바이드노믹스의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한편에서 보면 노조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자동차사들은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고, 회사 임원들은 엄청난 보너스를 챙겼다. 그러나 현 행정부가 자동차산업의 미래로 간주하는 전기차(EV) 분야에서 미국이 부동의 리더가 되는 것이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EV 구입자에게 최고 7,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전기차와 관련된 배터리, 광물과 충전소 확충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자동차 제조사들은 경비 상승을 감당한다. ‘빅 쓰리’(Big Three)로 불리는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사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이미 테슬라를 앞질렀다. 미국의 자동차 생산 공장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평균 시급은 멕시코의 여섯 배, 일본에 비해 25%가 많다.
그러나 심각한 도전은 EV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중국에서 나온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EV의 2/3는 중국산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사인 BYD는 올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의 EV 판매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국과의 경쟁이 차단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 중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자동차에 27.5%의 고율 관세를 부가했다. 관세는 궁극적으로 중국산 자동차를 구입하는 미국인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몫으로 돌아간다. 한마디로 관세를 앞세운 보호주의 정책은 국내 물가상승과 일자리 축소로 연결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자동차 제조사는 관세로 인해 고비용 거품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고 해외 시장접근마저 제한된다. 조만간 중국산 자동차는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유럽을 비롯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그레그 이프가 지적하듯 생산성 정체가 미국 제조업체의 실상이다. 2009년 이후 미국 제조업계의 시간당 생산량은 연 평균 0.2% 상승에 그쳤다. 연 평균 4%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한 대만은 물론 영국, 독일, 한국,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도 낮은 수치다. 자동차분야의 생산성은 2012년부터 지난해 말에 이르는 기간에 무려 32%나 떨어졌다. 이프는 부분적으로 팬데믹이 빚어낸 차질로 설명하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결과다.
바이든의 경제팀은 여러 차례 홈런을 날렸다. 대규모 기반시설 지출은 진즉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아직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일부 분야의 연구비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필수 산업인 컴퓨터 칩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합리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한 제조업 회생 노력에는 도전이 따른다. 일본,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 역시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이와 유사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하락했다. 미국도 같은 기간 GDP에서 제조업이 점하는 비율은 11%,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감소했다.
지난 반세기의 미국 산업정책을 연구한 개리 허프바우어와 유진 정은 기본적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제공하고 외국시장의 개방을 유도하는 정책이 이제까지 나온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특정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무역장벽 설치는 값비싼 실패로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야심찬 계획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의 역사적 사례를 살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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