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산

2023-0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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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샌프란스스코 찬가)/ Tony Bennett

정태문의 팝송산
“파리의 화려한 모습도 어딘가 슬픔을 간직한 것 처럼 보이네요. 로마의 영광도 한편으로는 다 지난 얘기죠. 뉴욕에 있는 맨하탄에 홀로 앉아 있어요. 베이에 있는 나의 영원한 도시 샌 프란시스코로 갈려고 해요. 난 샌프란시스코에 내 마음을 두고 왔어요. 작은 케이블 카가 하늘의 별이 있는 거리 반 만큼 오르고 있고 그곳의 높은 언덕이 나를 부르네. 아침 안개가 대기를 차게 하지만 난 괜찮아요. 나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그곳에는 푸른 하늘과 바람이 많은 바다가 있죠.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황금 빛 태양이 비춰 줄 거예요. 내가 그곳에 가면 황금 빛 태양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샌프란시스코 찬가를 60년 동안 노래하다가 지난달 7월 21일 96세 일기로 떠난 가수 Tony Bennett는 샌프란시스코를 정말 사랑했던 가수였다. 이탈리아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Bing Crosby, Judy Garland , Louis Armstrong 등의 노래를 듣고 성장했다. 10살 때부터 노래를 시작하여 13세 부터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돈을 받고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했다. 그림에도 소질을 보여 뉴욕에 있는 School Of Industrial Art에 다니며 미술과 음악을 병행하며 공부했다. 그러나 16세 때 부터 집안일을 돕기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신문 배달과 잡일 등을 했었다.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을 때 육군에 입대해 그 유명한 발지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2년 후 제대하여 밸칸토 창법을 배워 서서히 프로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광고용 노래를 부르다가 첫번째 힛트 곡 ‘Because Of You’, Rags To Riches를 발표하며 서서히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중 1962년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를 발표한 후 스타 반열에 들어섰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계기는 뉴욕으로 이주한 두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고향인 샌 프란시스코를 그리워해서 만든 노래이다. 작곡을 한 George Cory 와 노래 가사를 만든 Douglas Cross 는 케이블카와 안개가 너무도 그리워 한 곡의 노래에 담았다. 그것이 바로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이다. 원래 Claramae Turner 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녀는 무대에서 종종 앵콜송으로 불렀지만 정작 레코딩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Tony Bennett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Ralph Sharon이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Fairmont Hotel 공연차 왔을 때 이 노래를 취입하면 어떨까 하고 권유했다. 이 노래가 Tony Bennett에 가기 전 그동안 노래를 불러왔던 Claramae Turner가 작사가 Douglas Cross 에게 유명한 칸츄리 가수 Tennessee Ernie Ford 에게 주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제안했었다. 허나 그는 본인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결국 이 노래는 이렇게 하여 Tony Bennett 에게 돌아갔다. 1962년 콜럼비아 레코드 회사에서 음반을 발표했지만 A-side 에는 Once Upon A Time 이 차지하고 B-side로 수록했다. 제작사 모두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징표였다. 허나 라디오 방송 디제이들은 A 면의 노래를 외면하고 B면의 샌프란시스코 노래만 방송을 내 보내고 빌보드 차트 17위 까지 진출하자 그제야 제작사는 부랴부랴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가 B면이 아닌 당당히 A 면으로 재 제작에 들어갔다.


음악 아카데미상인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올해의 레코드상을 거머쥐고 Tony Bennett 본인은 최우수 남자 가창상을 받았고 레코드 판매성적 또한 골든디스크를 받을 정도로 대성공 이었다. Tony Bennett는 세 차례나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 홈 경기 전에 이 노래를 불렀다. 캔들스틱 파크 개장 기념일과 2002년과 2010년 월드 시리즈 시작 전에 공연을 가졌다. 미 레코드 산업 협회가 선정한 Top 25 Century Songs 에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가 당당히 23위에 뽑혀 그 영광을 이어가고있다. 또한 그는 2016년 90세 기념 공연을 Fairmont Hotel 앞에서 했으며 블록 이름인 Mason Steet가 Tony Bennett Way로 바뀌었다. 2014년 Lady Gaga와 함께 발표한 앨범 Cheek To Cheek 은 세상을 놀라게했다. 88세의 노장 가수와 관능미 넘치는 당대 28세의 여가수와의 협연은 상상 밖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백전 노장인 Tony Bennett는 관록을 뽐내면서 60세 연하 가수를 잘 이끌어 주었고 한편 가창력을 겸비한 Lady Gaga 는 노장 가수의 리더에 따라 재즈 음악을 잘 소화 시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이 앨범은 21세기가 낳은 최대의 명판 중의 하나로 선정된다.

필자는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를 감상 할 때 마다 베이 지역에 살고 있는 순간을 자랑스럽게 느끼며 차가운 안개가 때로는 반갑게도 느껴진다. 임종할 때 까지 샌프란시스코 찬가를 노래하다가 가버린 Tony Bennett. 무척이나 샌프란시스코를 사랑했던 가수였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간 노래는 영원히 베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우린 그를 기억하고 노래로써 화답해 줄 것이다. 세기의 명작을 남기고간 그에게 감사드리며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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