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섰는데 날마다 온도가 100도 가까이 올라 체감온도는 100도가 넘는다. 8월23일이 처서였는데 처서가 지나면 선선한 가을이 오고 풀이 자라지 않는다는 옛말도 기후변화로 맞지 않는 모양이다.
더위도 그렇지만, 지난 몇 주간 비가 내리지 않아 풀과 나무가 바싹 말라가니 안쓰럽다. 한여름 내내 더워도 소낙비가 하루걸러 쏟아 붓고 지나가 텃밭 농사를 수월하게 했는데, 몇 주째 비가 오지 않아 온 땅이 바싹 말라가고 있다. 비가 오지 않으니, 이른 아침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밖에 나가 채소와 작물에 수돗물을 틀어 물을 주는 것이다.
앞마당과 뒷마당에 물을 주고 화초를 살피며 주로 뉴욕타임스의 팟캐스트(The Daily)를 듣는다. 9월 첫날, 애리조나에 주택이 늘어나면서 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멕시코에까지 파이프를 깔아 바닷물을 담수화(desalination)해 끌고 오려 한다는 보고를 들었다. 사막 지역인 곳을 끊임없이 개발해 주변 지역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는데, 지하수가 고갈될 경우 해수의 유입 외에도 지반 침하 현상을 일으켜 배수 곤란, 오·폐수 정체 등 큰 문제라 했다. 며칠 뒤엔 또다시 뉴욕타임스에서 미국 내 기업형 농장들의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가뭄피해를 악화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2021년 한 해 동안 정부 허가량보다 230억 리터에 달하는 지하수를 초과 사용했는데 그 중 1/3을 맥도날드 감자튀김용 감자를 납품하는 기업 농장에서 끌어다 쓴 것이라 했다.
환경문제를 얘기할 때 탄소 발생량을 측정하는 탄소발자국처럼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란 용어가 있다. 담수(fresh water)의 양을 나타내는데 미국에서 농업은 소비되는 전체 물의 80%를 사용한다고 한다. 내 작은 텃밭에도 매일 아침 물을 주며 느끼는 거지만, 식량을 대규모로 재배하고 가공하는데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물 발자국 네트워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빵 한 덩어리를 생산하는 데 약 240갤런의 물이, 치즈 1파운드에는 약 382갤런이, 간단한 치즈 샌드위치 하나에 약 56갤런의 물이 추가된다. 얇게 썬 칠면조 고기를 추가하면 148갤런, 감자칩 작은 봉지는 추가로 12갤런, 여기에 차가운 탄산음료를 포함하면 이 점심 일인분을 만드는 데 206갤런의 물이 필요하단다.
식품의 물 발자국을 알려주는 웹사이트(foodprint.org)를 보면 고기가 곡물이나 야채보다 물발자국이 훨씬 높다. 그중에서도 쇠고기는 1파운드를 생산하는 데 평균 1,800갤런의 물이 필요하다. 미국인의 연평균 육류 소비량은 전 세계 평균 소비량의 세배로 그런 만큼 물 발자국도 높을 수밖에 없다. 포장된 스낵이나 즉석식품과 같이 가공된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 역시 물을 많이 사용한다. 재배하는데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자를 재배해 씻고, 가공 기계를 청소하고, 튀김용 식용유 생산, 배송용 연료 생산, 제품 포장에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무심코 사 먹던 맥도날드의 감자튀김과 큰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던 감자칩이 떠올랐다. 따끈따끈하고 적당히 짭짤하고 입안에서 바삭거리는 그 맛.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손엔 아이스크림을 들고 감자튀김을 찍어 먹으며 온 가족이 흐뭇한 미소를 짓곤 했다. 아, 이 맛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맥도날드와 나의 인연은 수십 년이다. 대학 1학년, 유럽에 배낭여행을 가 말이 통하지 않는 도시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 곳이었다. 유럽의 어느 곳을 가도 커다란 M 표시는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올 6월 로마에 갔을 때도 바티칸 앞의 커다란 맥도날드에서 아이스커피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하지만, 이제 그 M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다. 지하수 고갈이라는 문제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는 개개인의 문제이고 그 개개인이 식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되돌릴 수 없이 악화될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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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금융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