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은 강화도 광성보를 공격해 총알을 막겠다고 솜옷 9겹을 껴입은 300여 조선 병사를 전멸시키고 물러갔다. 이를 승리로 착각, 기고만장한 대원군은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고 ‘서양 오랑캐와의 화친은 곧 매국’이라며 우물 안 개구리를 자처했다.
같은 해 12월 일본 메이지 유신의 실세인 이와쿠라 도모미는 유신의 주역들을 이끌고 2년에 걸쳐 미국과 유럽 열강을 돌아보며 각국의 강점과 서양 문물의 실상을 샅샅이 조사하고 돌아가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1894년 10월 근대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 200명(+관군 3,000여명)과 죽창을 든 1만 동학 농민군이 충남 공주 우금치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동학군 9,500명 사망, 일본군 피해는 거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결정적인 원인은 일본군이 개틀링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반면 죽창을 든 동학군은 ‘궁궁을을’이란 부적을 태워 먹고 ‘시천주 조화정’이란 주문을 외우면 총알이 비켜간다는 말만 믿고 정면 돌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총알은 농민군을 피해가지 않았고 결과는 전멸이었다. 이로써 조선의 운명은 사실상 결정됐다.
그 후 130년이 지난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죽창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에 총력을 기울이며 광화문에서 매주 집회를 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15년전 광우병 시위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처음 상당한 폭발력이 있어 보였다. 국민 대다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반일 정서에 먹거리에 관한 지대한 관심이 맞물려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오염수 반대 시위는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달 26일 첫 집회에 7,000명(경찰 추산), 2일 2차 집회에 6,000명이 모였는데 9일 3차 집회에는 2,000명만 나왔다. 민주당이 전국 동원령을 내렸는데도 이 정도면 사실상 망한 셈이다.
오염수 방류 소식과 함께 한 때 품절됐던 천일염 사재기도 찾아 볼 수 없고 노량진 수산 시장과 백화점의 수산물 매출은 오히려 방류 전보다 늘고 있다. 롯데 백화점의 굴비 매출은 4배, 신세계 수산물 선물 세트는 78%, 현대는 47%가 증가했다. 방류 후 검사 결과 국제 안전 기준을 훨씬 밑도는 수치가 검출됐고 오염수가 한국에 오려면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4~5년 걸린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오염수가 먼저 도착하는 미국에서는 이것이 이슈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11년 쓰나미로 지금보다 훨씬 더 오염된 물이 흘러나왔는데도 태평양 연안에서 인체에 유해한 정도의 방사능이 검출된 적이 없다. 연방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미 서부 해안의 안전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식품 의약국도 일본 수산물 수입을 허가한 바 있다.
유럽 연합이 일본 수산물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데 이어 오염수 방류에 우려를 표시했던 태평양 도서국들은 용인으로 입장을 바꿨다. 섬나라 18개국 연합체인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의장인 마크 브라운 쿡 아일랜드 총리는 지난 23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이로 인한 인체와 환경 피해는 최소 수준이라고 밝혔다. 피지의 시티베니 라부카 총리도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밝힌 국제 원자력 기구(IAEA) 보고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정도로 줄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 인권에 대한 관심이 세계 최하위라는 점이다. 아사와 고문, 공개 처형이 횡행하고 있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체르노빌에다 무도한 우크라이나 전으로 수십만 자국 사상자를 내고 있는 러시아, 거기다 신장과 티벳에서 인종 말살 정책을 펴면서 공해 물질 배출 세계 1위인 중국이 서방 선진국들이 안전하다는 오염수 방류를 트집잡는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내 미세 먼지의 59%는 중국에서 유입된 것이며 NASA 보고서에 따르면 산동, 하북, 강소 3성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기 오염 물질만 한 해 400만 톤이 넘는다.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으로 죽는 사람이 매년 2만3,000명에 달하니까 1만이 넘는 사람이 중국발 미세먼지로 사망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중국에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는 민주당의 궤변이 잘 먹혀 들지 않는 것은 광우병과 사드 사태를 통해 이들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한 두 번은 달려 오지만 세 번은 안 먹힌다. 이번 괴담 세력의 침몰은 주술과 거짓 선동이 과학과 증거 앞에 굴복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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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