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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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북풍일까, 대대적 도발일까

2023-09-11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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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푸틴. 디-리스킹. 중국 리스크….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주요 외신들이 온통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주요 외신의 촉각은 다른 곳으로 쏠리고 있다. 동북아지역이다.

동방경제포럼(EEF)이라고 하던가. 러시아가 시베리아 지역 개발과 주변국과의 경제 협력 활성화를 목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교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포럼을. 이번 주로 예정된 이 포럼에 푸틴과 김정은이 참석해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는 미 해외정책의 톱 어젠다로 새삼 다시 떠오르고 있다.

푸틴과 김정은, 이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뉴욕타임스는 무기거래 협의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북한으로부터 제공받고 김정은은 그 대가로 인공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기술 이전과 식량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거다. 두 독재자의 ‘위험한 거래’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의 만남은 그러면 어떤 중요 함의를 지니고 있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함의는 뒤이을 북-러 군사협력은 동북아시아의 군사지정학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이 한반도로 튀었고 그 결과 심대한 안보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더 주목할 것은 배후의 스토리다. 김정은과 푸틴의 만남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더 메신저(The Messanger)지의 분석이다. ‘시진핑 블레싱’하에 이루어진 것이 푸틴-김 회담으로 대놓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울 수 없는 베이징은 ‘러시아와 북한’이란 조합을 교묘히 이용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푸틴회담은 그러면 중국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주목을 온통 유럽에 쏠리게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전쟁의 지속은 중국입장에서 해로울 게 없다.

북한이 포탄 등을 지원해 전쟁이 장기화 된다는 것은 반대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큰 부담을 안겨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병기창은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고갈상태에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의 대만무기지원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베이징은 꽃놀이 패 입장이라고 할까.

그런데다가 전쟁의 장기화는 푸틴의 중국 의존도를 높여 유라시아지역의 패권 세력으로서 입지를 더 확고히 다질 수 있다.

‘아주 중차대한 타이밍에, 중국으로서 특히, 그러니까 대만침공이나 남중국해에서 도발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 카드를 미국과 서방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로서도 무기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 중-러-북 블록이 함께 논의 끝에 합작품으로 성사시킨 것이 이번 김- 푸틴 정상회담 일수도 있다는 것이 메신저지의 분석으로 이 역시 중국으로서는 결코 마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관련해 이런 가정을 제시하고 있다. ‘잇단 불온한 군사적 움직임과 함께 휴전선 일대로 북한군이 속속 전진배치 된다. 다른 한편 일본을 향한 미사일발사 실험이 부쩍 강화된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정보시스템은 북의 동향파악에 비상이 걸린다. 다른 곳을 쳐다볼 경황이 없다. 그 때 베이징은 제 3의 전선,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양동작전용으로 북한카드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려진다. 중국-북한-러시아 유라시아 독재세력 연대의 한반도에서의 준동은 군사적 도발 형태의 긴장조성만으로 그칠까 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성명은 자칫 ‘한 때의 꿈’으로 그칠 수도 있다. 주요 외신들의 잇단 경고다.

‘2000년대 햇볕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남남갈등이란 용어를 만들어 냈고 이 남남갈등은 한국의 해외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시아타임스의 지적이다.

반미에 반일, 그리고 종중에 종북. 이를 문재인,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한국 좌파의 특징으로 이 신문은 지적하면서 좌파의 집요한 공세로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캠프 데이비드 성명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 행간의 메시지는 다름이 아니다. 동북아 군사지정학의 급변과 함께 남남갈등도 고조되면서 자칫 정치적 내전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오직 중국만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반대, 대대적인 반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중국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한국의 좌파들은 일제히 죽창가로 화답하고 있다. 끊임없는 괴담 유포와 함께.

그 정황에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 북한과 중국의 한국 정치개입이다. 북한은 ‘오염수’를 계기로 반 윤석열 정부에, 한미일 공조체제를 흔드는 시위를 벌일 것을 공공연히 지령하고 있다. 중국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한국의 안보주권 포기요구도 모자라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역사논쟁에도 뛰어 들어 훈수를 하고 있다.

내년 4월 10일인가. 22대 한국 총선 날자가. 그 때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초대형의 북풍, 아니면 대대적 도발. 어딘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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