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제퇴거 통보 4만건’ 상당수 고급아파트

2023-09-08 (금)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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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타운·할리웃 등 관리회사들 ‘자동발부’

▶ 팍 라브레아도 수백건

팬데믹 기간동안 적용됐던 퇴거유예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올해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한인타운을 포함한 LA시 일원 8,400여개 아파트 단지 거주자들에 발부된 강제 퇴거통보서(eviction notice)가 4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퇴거통보가 저소득층 세입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고급 아파트에서도 퇴거 통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7일 LA타임스는 LA시에 접수된 퇴거통보 건수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LA시 당국이 퇴거통보 건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시 주택국은 우편으로 접수됐지만 아직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지 않은 5,000여 건의 퇴거통보서를 보관하고 있어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시정부는 늦어도 10월까지 실제 퇴거통보 건수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퇴거통보서는 아파트 렌트비를 연체한 세입자들에게 이를 납부할 수 있는 3일간의 여유를 주고, 기간 내에 렌트비를 내지 않을 경우 퇴거소송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퇴거통보서가 많이 발부되는 아파트들은 렌트비가 상대적으로 높고, 관리회사가 렌트비가 연체된 세입자들에게 자동적으로 퇴거통보서를 보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50건 이상 퇴거통보서를 보낸 10개 아파트는 모두 LA 다운타운이나 할리웃, 우들랜드힐스에 소재한 고급 아파트로 조사됐다. 다운타운 지역에서 ‘도심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벙커힐 인근 프로미네이드 타워스 아파트에선 전체 가구 611세대 중 4분의 1이 넘는 170세대에 7월말까지 총 371건의 퇴거통보서가 발부됐다.

7월 이후에도 16건이 추가됐다. 이 아파트의 1베드룸 아파트 렌트비는 2,487달러로, LA시 중간 렌트비에 비해 50% 더 비싼 대표적인 고급 아파트다.

같은 기간 바인 길에 위치한 375세대 할리웃 아파트에서도 313건의 퇴거통보가 이뤄졌다.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4,245세대 규모 팍 라브레아 아파트 단지 역시 퇴거통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팍 라브레아는 LA 일원 총 10곳의 아파트 단지로 구성돼 있는데 모든 단지를 합할 경우 퇴거통보 건수가 수백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공정 경제를 위한 전략적 행동’의 카일 넬슨 분석가는 “고급 아파트를 관리하는 대형 회사들은 렌트비가 연체될 때마다 자동적으로 퇴거통보서를 보내기 때문에 통보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4만여 건에 이르는 퇴거통보서의 96%는 렌트비를 체납한 세입자에게 발부됐다. 퇴거통보서는 알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퇴거통보가 나중에 세입자를 합법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퇴거소송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6월까지 상반기 동안 LA카운티에서는 2016년 이후 최다인 2만3,000건의 퇴거소송이 접수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 늘어난 수치다.


노스리지에 소재한 431유닛 시미트리 아파트의 경우 152건의 퇴거통보서가 발부됐으며, 이중 실제 퇴거로 이어진 경우는 28건이었다. 이 아파트에서 연체된 렌트비 총액은 220만달러에 달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유닛 당 10만달러 이상 연체된 케이스도 발생했다. 최고 연체금액은 56만1,700달러였다.

우들랜드힐스의 대표적인 고급 아파트 단지인 모티프에선 올해들어 233건의 퇴거통보서가 발부됐다, 이 아파트에서 7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한 세입자는 “많은 입주자들이 렌트비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기본적으로 비싼데다 매년 렌트비가 큰 폭으로 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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