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진단 - 재개발 붐 속 몸살 앓는 타운
▶ 도로변마다 노숙자 등이 버린 오물 넘쳐나…히스토릭 건물 등도 갱단 낙서로 ‘뒤범벅’
거리청소 격주 1회 불과… 미화 대책 시급

한때는 유명 백화점이있던 LA 한인타운 윌셔가의 구 윌셔 갤러리아 건물이 수년째 비어 있는 가운데 외벽이 낙서로 도배돼 있다. [박상혁 기자]
노동절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4일 오후 LA 한인타운 한복판인 윌셔/웨스턴 지하철역 광장 바닥에는 노숙자들과 보행자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와 오물이 널부러져 있었다. 쓰레기통마다 더 이상 버릴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차 있었고, 인도 위 지하철 환풍구 철제 뚜껑은 바람에 미처 날라가지 않은 쓰레기로 뒤덮혀 있었다. 게다가 노숙자들의 노상 방뇨로 광장 전체에서 악취가 풍겨 나왔다. 이튿날인 5일 오전 지하철역 광장 바닥의 쓰레기는 어느 정도 치워져 있었으나, 쓰레기통은 여전히 비워지지 않았고,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 설치한 돌의자마다 먹다 버린 음료수 컵이 나뒹굴고 있었다.
어바인에서 메트로링크 열차를 타고 유니언역에 내려 윌셔/웨스턴 지하철역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은행원 김모씨는 “이 지역은 고급 콘도와 식당 등 소매점들이 밀집해 있는 한인타운의 중심지인데 역에서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쓰레기와 오물,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에 출근길이 고역”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LA 한인타운 곳곳이 노숙자들이 버린 쓰레기와 일부 주민들이 투기한 불법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후버길 7가와 8가 사이 작은 공터에는 인근 주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가 한달 넘게 방치돼 있는 상태다. 올림픽길 4가와 5가 사이 인도에도 불법 투기된 쓰레기가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고, 노숙자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져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찾는 광경이 목격됐다.
LA 한인타운 쓰레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3월부터 LA시가 매주 특정 요일에 실시하던 거리청소 시행 방식을 인원부족을 이유로 2주에 한번으로 변경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됐음에도 LA시 일원의 길거리 청소는 여전히 격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불법 쓰레기 투기와 노숙자 관련 오물 등으로 인해 LA는 미국에서 4번째, 캘리포니아에선 두 번째로 더러운 ‘쓰레기 도시’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한인타운 또한 상가 밀집 지역과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공사구간 등에 쓰레기가 무단으로 투기 되거나 쓰레기통이 넘쳐 쓰레기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심지어 노숙자들이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면서 주변 건물들이 방화의 대상이 되는 등 안전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한인들은 쓰레기 문제 못지 않게 비어져 있는 건물에 집중된 갱단들의 낙서 역시 한인타운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만 SM엔터테이먼트 창업자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6가 길 2층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되면서 건물을 둘러싼 펜스 전체가 갱단들의 낙서로 얼룩져 있다. 최고급 여성의류 전문백화점 I-매그닌 자리였던 5층짜리 윌셔 갤러리아 건물도 재개발 예정지로 매각되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계속 방치된 상태에서 건물 벽과 펜스가 낙서로 뒤덮혀 있는 상태다.
윌셔와 세인트 앤드루스 교차로에 위치한 13층짜리 빈 건물 윌셔 프로페셔널 빌딩의 경우 한동안 외벽 꼭대기까지 갱단들의 낙서로 도배돼 있다가 최근에서야 낙서가 지워졌다. 특히 윌셔 갤러리아와 윌셔 프로페셔널 빌딩은 한인타운에서 LA시 사적지로 지정된 몇 안되는 히스토릭 건물이다.
윌셔가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한국이나 타주에서 온 지인들은 LA 한인타운의 발전상에 놀라워하면서도 타운을 뒤덮고 있는 쓰레기와 낙서를 보곤 기겁한다”며 “LA 한인회나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등이 앞장 서 시정부와 시의회에 한인타운 환경미화에 각별한 신경을 써달라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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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