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년간… 젊은 교인일수록 추종 현상 뚜렷
▶ 팬데믹 거치며 인플레로 인한 재정 타격 영향
팬데믹을 거치며 번영 신학을 추종하는 젊은 교인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하나님을 믿으면 복이 따라서 성공과 번영이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신학을 번영신학이라고 한다. 흔히 기복 신앙이라고도 하는 이 번영 신학이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계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2017년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미국 개신교인의 1,002명을 대상으로 번영 신학 실태에 관해 조사했다. 조사에 의하면 번영 신학을 믿는 개신교인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젊은 교인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은 내가 재정적으로 번영하기를 원하신다’라고 믿는 개신교인은 2017년 69%에서 지난해 76%로 늘었고 ‘교회나 자선단체 기부하면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고 교회에서 가르친다’라는 개신교인도 같은 기간 38%에서 52%로 급증했다. 또 ‘물질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인 역시 26%에서 45%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정적으로 번영하기를 원하신다’라고 믿는 비율은 젊은 교인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18~34세(81%)와 35~49세(85%) 교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이 같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출석 중인 교회에서 번영 신학을 가르친다는 답변 역시 18~34세(63%)와 35~49세(66%) 교인 중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스콧 맥코넬 라이프웨이 리서치 디렉터는 “지난 5년간 이단적 번영 신학을 받아들이는 교인 수가 크게 늘었다”라며 “팬데믹 기간 교회에 출석하지 못한 것과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재정적 타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으로부터 물질적 축복을 받으려면 하나님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도 퍼지고 있어 교계의 올바른 가르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같은 믿음 역시 18~34세(65%)와 35~49세(58%) 중 가장 많았고 50~64세(43%), 65세 이상(22%) 교인 중에서도 적지 않은 교인이 이단적 번영 신학을 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단별로는 감리교인(93%)과 ‘복원주의 운동’(Restoration Movement) 교인(88%) 중 번영 신학을 따르는 교인이 가장 많았다. 또 흑인과 고졸미만 학력자, 복음주의 신앙인, 월 3번 미만 예배 출석 교인들 사이에서 번영 신학에 대한 믿음이 높게 나타났다. 맥코넬 디렉터는 “부자가 되기 위해 거룩함을 추구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다”라며 “한 사람의 부의 정도로 교인의 믿음을 측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교단 ‘남침례교회’(SBC)도 ‘번영 복음’(Prosperity Gospel)은 잘못된 가르침으로 교단 차원에서 거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남침례 교단은 지난해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연차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교단은 번영 복음이 예수의 희생과 관련된 성경의 가르침을 왜곡한다며 결의안 채택 이유를 밝혔다.
교단 측은 “번영 복음은 예수의 희생과 십자가 속죄의 죽음이 교인들에게 건강과 물질적 부를 제공하는 한편 질병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가르친다”라며 “이 같은 신학은 약자를 착취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교인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비난하기 때문에 고난의 성경적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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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