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은 통제불능의 ‘국경 위기’에 직면하는 듯 했다. 작년 9월 종료된 2022 회계연도에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다 적발된 밀입국자 체포건수는 240만 건에 달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팬데믹 확산방지를 내세워 2020년 3월에 도입한 불법이민자 신속추방정책 ‘타이틀 42’마저 종료를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위기는 없었다. 입수 가능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남쪽 국경에서 붙잡힌 불법이민자의 수는 하루 평균 7,100명 선이었지만 6월에는 하루 4,800명 정도로 3분의 1 가량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위기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현 정부는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불법이민자들에게 (즉시 추방과 동시에 5년간 재입국을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미국으로 이주하길 원하는 중남미인들이 본국에서 난민지위 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을 확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위기 대응은 잘 만들어진 정책이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 바람직한 사례다.
그러나 이같은 부분적 성공만으로는 미국 이민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 남쪽 국경에 쇄도한 입국희망자 수가 예상보다 적었다지만 불법이민자 유입은 꾸준히 진행 중이고, 그 여파가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다. 국경으로 밀려든 불법이민자들의 수에 압도당한 텍사스 주는 이들을 버스에 태워 워싱턴과 뉴욕으로 보냈다. 시카고와 덴버,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비롯한 대도시들도 불법이민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긴 마찬가지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엄청난 규모의 불법이민으로 이들 대도시의 대응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대도시 가운데서도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뉴욕 시는 노숙자 시설에 6만명의 불법이주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2025년까지 이들의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 3년간 이들을 수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1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1년 단위로 비용을 나눌 경우 매년 뉴욕경찰국에 배정되는 예산의 2/3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불법이민자들이 뉴욕으로 밀려드는 이유는 1979년에 나온 뉴욕주 지방법원의 판결과 관련이 있다. 당시 법원은 임시숙소를 제공받을 수 있는 불법이민자들의 권리를 인정했고, 이에 따라 뉴욕시는 이들을 임시거처에 수용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불법이민 위기는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좌우 양 진영에 의해 악화됐다. MAGA 우파는 불법이민자와 난민 신청자를 사악한 무리로 매도한다. 이들은 이민 위기가 정치적으로 유익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법이 없는 편을 선호한다. 반면 극좌 진영은 불법이민자 유입을 막으려는 합리적인 조치를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불법적인 정책”이라며 맹비난을 가한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친 민주당 성향의 ‘블루’ 도시는 주민들의 압력으로 노숙자와 부랑자 관용정책을 명문화한 시 조례를 제정했고 바이든의 난민정책은 일부 좌파단체들에 의해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사실 미국의 이민시스템은 망가진 지 오래다. 미국의 난민법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종교적 혹은 정치적 신념으로 극심한 박해에 직면한 소수의 개별적 입국을 허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따라서 이들은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당국의 난민자격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근년 들어 멕시코 국경으로 밀려든 수백만 명의 중남미인들은 너나없이 난민을 자처했다. 물론 합법적 난민 주장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100-20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빈곤, 폭력, 불안정한 본국의 정치상황과 질병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오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난민 신청을 하면 불법이민자들과 달리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필자가 만난 이민담당 관리들은 이들이 미국 입국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난민 시스템을 악용하려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민당국이 난민자격을 지닌 소수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이주 희망자들의 경우 다른 합법적 입국방법을 찾도록 압박하는 방향으로 망명을 둘러싼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이 직면한 노동인력 부족을 감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제와 생활 자체를 바꿔놓을 정보와 생명공학 혁명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50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에 농업에서 접대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만약 합법적이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새로운 근로자들을 환호로 맞아들일 것이다.
바이든은 여러 쟁점안을 공화당과 공동으로 처리하려 노력했고,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그는 진정한 초당적 이민법안을 마련해 양측 모두로부터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의 결실은 정책을 통해 포퓰리즘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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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