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인 주거 밀집 지역인 왕징은 요즘 중국을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지금이 딱 주재원들의 교체 수요 시점이다. 떠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생활한 대부분의 시간이 코로나19와 겹쳤기 때문이다. 엄혹했던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다시는 떠올리기 싫다는 반응이다. 중국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한 사람들은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크다. 낯선 환경 탓도 있지만 전해 들었던 중국에 대한 인상이 워낙 좋지 않아서다. 입국 전 비자 발급 과정부터 사람을 지치게 하더니 이제는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 오려는 한국인의 수요는 크게 줄었다. 한때 10만 명도 훌쩍 넘었던 주재원, 유학생 등을 더한 베이징의 교민 숫자는 채 2만 명도 되지 않는다. 한 대기업은 최근 베이징 주재원의 주거 지원비를 월 3만 위안(약 545만 원) 이상 제공하고 유치원 교육비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중국 내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이 정도 비용이면 한국의 40평대 이상 아파트에 거주하며 국제학교 등을 보내는 교육비 부담까지 덜어주는 혜택이지만 중국만은 피하겠다는 직원들이 대다수다.
과거 중국 체류 경험이 없으면 임원 달기 힘든 분위기였던 한 공공기관도 이제는 괜히 중국에 발을 잘못 들였다가 ‘중국통’으로 엮일까봐 중국이 기피 1순위 지역이 돼버렸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젊은 외교관들의 근무 지원이 없자 베이징을 최선호 공관인 ‘가지역’에서 차선호 공관인 ‘나지역’으로 변경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차기 근무 지역에서 좀 더 선호하는 지역으로 배정이 가능한 만큼 베이징 근무 희망자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중국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는 아침에 중국어 수업을 개설하며 중국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중국 주재원들은 미국만큼 선호도가 꽤 높았다. 중국의 발전과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 등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반대다. 갈수록 중국과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 파견 근무는 물론이고 대학 전공에서 어문계열 내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중문과는 일부 학교에서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써주는 곳도 없고 반기지도 않으니 중국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희석시키는 전문가들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관련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감을 넘어 중국에 대한 혐오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다. 중국이 원인 제공을 한 면이 크지만 특정 국가나 국민을 향한 이유 없는 혐오가 유독 중국에 심한 편이다. 최근 베이징 등 북부 지역에 발생한 수해에도 일부 네티즌은 저주를 퍼붓고 있다.
당장은 문제될 게 없지만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중국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다. 교역량이 줄어들고 적자 폭이 커진다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나라일 것이다. 그런 중국을 혐오한다고 우리나라가 얻을 이익은 없다. 우리의 수출 상황, 북한 비핵화 압박 등을 감안하면 중국을 적대시하기보다는 우리의 국익에 맞게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중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연일 키우고 있다. ‘반중친미’ 노선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건강보험, 투표권 문제 등에 있어 유독 중국을 타깃으로 한 거친 발언을 이어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히 2030 세대의 반중 감정이 큰 것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로 인해 한중 관계는 점점 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중국인, 중국 전체로 반감을 키울 필요는 없다. 무턱대고 중국과 중국인을 혐오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
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