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결점들’(Shortcomings) ★★★½ (5개 만점)
▶ 연인·다른 여인들과 데이트를 통해 아시안으로서의 정체성 문제 부각
불평불만 투성이의 예비 영화감독 벤을 나무라고 조언하는 유일한 친구 앨리스(오른 쪽).
미국의 아시안 이민가족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 ‘프레시 오프 더 보트’와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으로 나온 한국계 코미디언 배우 랜달 박의 감독 데뷔작으로 특별히 대단할 것은 없지만 오순도순 하니 보고 즐길만하다. 사람 좋게 생기고 온순한 성격의 랜달을 닮은 영화로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면서 사실적이요 솔직한 대사와 함께 위트와 유머가 촘촘히 섞인 로맨틱 코미디이자 드라마다.
예비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요 아트하우스 매니저인 젊은 주인공 일본계 벤(저스틴 H. 민)이 주인공인데 그의 연인과의 문제와 다른 여자들과의 데이트를 통한 관계의 문제와 함께 유난히 백인 여자를 좋아하는 벤의 아시안으로서의 미국 사회 안에서의 정체성 문제도 묻고 있다.
벤은 젊은 어른이지만 내면은 아이와도 같은 사람으로 매사 비판적이요 냉소적이며 또 불평과 불만투성이어서 밉상스러운데 영화는 관계와 시련을 통한 그의 정체성 추구요 성장기라고도 하겠다. 영화가 너무 얌전하고 겸손해 다소 위축돼 보이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함께 사회적 문제도 다루고 있어 특히 아시안들에겐 어필 할 것이다.
영화는 북 가주 버클리의 한 극장에서 열린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 출품작으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를 풍자한 작품 상영으로 시작된다. 영화가 끝나고 벤과 함께 영화를 본 그의 동거 애인 미코(앨리 마키)가 벤에게 감상을 묻자 벤은 영화가 엘리트들을 위한 로맨틱 코미디요 너무 상업적이라고 비판한다. 매사기 이런 식으로 벤은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찾는 사람이다. 그러니 벤과 미코의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벤의 친한 친구는 대학원생인 레즈비언 앨리스(셰리 콜라)로 앨리스는 닥치는 대로 데이트 상대를 갈아치운다. 앨리스는 어찌 보면 벤의 누나와도 같은 사람으로 벤의 단점을 꼬집고 나무라고 또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그리고 미코가 뉴욕의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의 인턴으로 뽑혀 3개월 간 예정으로 뉴욕으로 간다. 벤은 좋은 기회가 왔다고 신나게 데이트할 백인여자를 찾는데 제일 먼저 상대방이 극장 매표원으로 취직한 오텀(태비 게빈슨). 그러나 벤은 오텀만으론 만족 못하고 백인 여자만 보면 한 눈을 판다.
이어 앨리스도 뉴욕으로 떠나고 극장도 문을 닫게 되면서 소파에 누워 오주 영화만 보던 벤도 뉴욕으로 간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미코의 행적을 뒤지다가 미코가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뉴욕엘 와 보니 앨리스는 새 애인 머레디스(소노야 미주노)와 행복하게 살고 있고 미코는 장신의 의류 디자이너 레온(티모시 시몬스)과 달콤한 사이가 아닌가. 벤은 미코와의 재결합을 시도하나 이미 늦었다.
과연 벤은 이런 관계의 맺음과 파탄을 겪고 또 결점들을 고치고 정말로 내면이 자란 어른이 되었을까. 그렇게 됐을지 의문이다. 다소 나른한 영화이지만 신선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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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