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사려면 12년 모아야 살수 있어”
2023-08-02 (수) 12:00:00
▶ 폭염에 극빈층 생존 위협받아
▶ 아스팔트 탓, 기온 더 높아져
“에어컨을 구하려면 12년 동안 돈을 모아야 한다. 숨쉬기 힘들면 차라리 병원 응급실에라도 가겠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사는 전직 벽돌공 벤 갈레고스(68)는 100도가 넘는 땡볕 더위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에어컨은 꿈도 꾸지 못한다.
월 1,000달러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갈레고스가 할 수 있는 건 창문에 매트리스를 덧대거나, 지하실에 내려가 잠을 청하는 정도다.
AP통신은 지난 31일 미국 전역을 덮친 폭염으로 갈레고스와 같은 미국 극빈층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 극빈층이 가장 더운 나날을 최소한의 사회 보호망 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그들에게 한때 사치였던 에어컨이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덴버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645 스퀘어피트 주택에 냉방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만~2만5,000달러 수준이다. 연방 정부는 수십억달러를 들여 공과금 지급 및 냉방 시스템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수혜 대상은 극히 한정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보조금을 연구하는 미셸 그래프는 미국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이 적격 인구의 단 16%에게만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는 아스팔트로 뒤덮힌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지표면이 초목 지역 대비 화씨 8도 이상 높다.
한편 남가주 일대에서도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LA수도전력국(DWP)은 에어컨을 설치하는 저소득층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DWP는 쿨 LA 프로그램을 통해 휴대용 또는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할 경우 225달러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창문형 소형 에어컨 가격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