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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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있는 완충지대들

2023-08-02 (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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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다. 그러나 인류는 그 경고를 무시했고, 경고 30년만에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인 생명체 유지 임계온도를 넘기는 시대에 들어섰다.

온난화의 완충지대였던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녹아내린 얼음은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구름을 발생시켜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한 비가 아닌, 폭우가 되어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범람시키는 재앙적 대홍수를 만들고 있다. 지구는 이제 경험해보지 못했던 재앙적인 기후 대란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사회에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행정부와 정치권을 장악한 네오콘들이 극단주의 정치와 국정운영을 시작한 후 워싱턴 의회에는 공화당 같은 민주당, 민주당 같은 공화당 정치인들이 급속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더 선명한 공화당, 더 선명한 민주당의 깃발이 나부끼게 되었다. 이젠 거대 양당의 충돌을 완충해주던 정치인들은 찾아볼 수 없고, 남북전쟁 이후 가장 극명하게 분열된 정치와 여론이 미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1991년 러시아 중심의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함께 동서 냉전의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나토(NATO)는 지속적으로 동쪽으로 확장하였다. 여기에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우크라이나까지 나토 가입이 논의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격적인 침공을 하게 되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나토군은 무기와 정보 그리고 군사전문가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내 대러시아 전쟁을 전격 지원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자국 방위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와 유럽 중간지역의 여러나라들이 서둘러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서 이제 러시아와 나토는 완충지역 없이 직접적인 전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냉전이후 이념의 시대를 넘어 세계화의 열풍이 불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어 엄청난 교역들이 진행되자 이 흐름을 타고 죽의 장막 속에 있던 공산국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어 급속히 부상했고, 이에 유럽과 미국은 위협을 느껴 대 중국 정치, 경제, 무역 봉쇄에 나섰다. 그리고 미국의 줄 세우기가 시작되어 미중 사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나라들은 사라지고 완충지대는 이제 전선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전선들이 세계 곳곳에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얼음의 무게가 사라진 북극의 부상으로 지진과 화산 같은 천재지변은 인류의 식량생산에 심각한 위기를 만들고 있고 세계의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은 급속히 무기화가 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완충지대 대신 전선이 된 나라들은 언제 전쟁으로 비화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로써 인류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구의 자연환경, 국제질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영역에서 극단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거의 다 허물고 있다.

세기의 난세다. 이럴 때일수록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극단적 정치와 여론의 충돌은 우리와 같은 소수계에게는 분명히 불안한 미래를 예고한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세상에는 늘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왔다. 그때의 역사적 경험을 잘 이해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난세를 잘 극복할 정치 지도자를 뽑는 현명한 유권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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