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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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 나팔꽃

2023-07-31 (월) 이은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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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물들며 우리는
떠오르는 해 바라보고
같은 박자로 나팔을 불었다
소리는 복리율로 부풀어
더 멀리 날았다

흐려진 어느 날, 바람이 흩날렸다
바람이 우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리를 잡게 했고
엇박자로 나팔을 불기 시작했지

우리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두터운 벽이다
벽마다 걸렸던
액자의 흔적들 더해져
벽은 더 견고해지고


나와 다른 시선을 견디는 것
가보지 않은 길을 나서는 것은
나를 견디는 것
화면을 채운 들판에
무리를 떠난 암사자의 걸음이
붉게 물든 노을을 지나고 있다

여명 품고 나팔꽃 한 송이
짙은 보랏빛 꿈 피워내는 아침이다

<이은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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