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인가. 아니, 여전히 7월이다. 계속되고 있는 무더위 탓인가. 올 들어 7월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센카쿠 열도의 동중국해, 남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 곳곳에서 위기는 계속 감지되고 있다. 그 와중에 맞게 된 6.25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그 ‘70주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3년 7월27일. 그 날의 서울과 평양의 광경은 크게 대조된다.
서울에서는 6.25 참전 22개국 대표단과 대부분 구순을 넘긴 옛 용사들의 방문을 맞아 자유의 의미를 되새겼다. 평양에서는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던 러시아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의미)의 깃발을 들고 파병을 했던 중국 대표단이 북한과의 안보협력을 다짐하며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했다.
눈에 특히 거슬린다고 할까 하는 것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행보다. 북한과 위험한 모종의 밀약. 그의 평양방문의 의도가 너무 엿보여서다.
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여전한 남북 간의 긴장, 더 나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 이를 배경으로 흉흉한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전해지고 있다. 하나 같이 전쟁에 관한 소문들로 시진핑 통치의 중국을 그 진원지로 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맥아더의 인천침공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암시하고 있다. 마오쩌둥을 전사이자 성자 모습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등장시키면서 그가 늠름한 농촌 청년들을 동원해 국경을 침범하는 자본주의 군벌도당을 퇴치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연방하원 미중전략경쟁 특별위원회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이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밝힌 중국의 선전영화 ‘장진호에서의 전투’ 내용의 일부다.
야망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게 중국이다. 6.25를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는 것도 그렇다. 북한이 중국 동의하에 남침한 사실을 숨기는 동시에 오로지 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들어 도전적으로 6.25의 기억, 그러니까 날조된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왜. 이는 다름 아닌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캘러거의 지적이다. 시진핑은 기회가 될 때마다 군부대를 방문해 ‘임전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대만을 놓고 이미 정보와 사이버영역에서 전투에 돌입했다. 그러니….
“마오쩌둥시대 최악의 나날들에 벌어졌던 것과 유사한 아주 불길한 사태가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경작지를 늘리라는 당중앙의 명령에 지방당국자들은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있다. 철 생산을 늘려 산업화를 조기에 달성한다는 명목으로 전 인민을 몰아붙여 수천만의 농민을 굶어 죽인 대약진운동의 참상을 연상시킨다.”
리얼 클리어 디펜스의 보도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숲이 모두 파헤쳐진다. 과수원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작은 돼지우리도 철거되고 오리농장의 오리들은 모두 도살된다.
왜 갑자기 난리인가. 곡물을 증산하기 위해 경작지를 넓히라는 시진핑의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중국은 유휴지가 별로 없다. 그런 마당에 내려진 것이 이 같은 명령이다. 그 결과 일부러 애써 조성한 숲이 마구 파헤쳐지는 것이다.
숲이 훼손되면 어떤 결과가 올까.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비만 오면 홍수가 난다. 그 사실을 지방 관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령에 복종하고 있다. 이의를 달면 바로 목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왜 경작지를 늘리라는 명령을 하달했나. 전쟁대비가 그 답으로 보인다. 전쟁이 발발하면 브라질, 미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곡물과 농산물 등은 모두 끊긴다. 그러니 하루 속히 식량자급자족을 이룩해 그런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경제가 말이 아니다. 2/4 분기 성장률은 고작 0.8%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이런 정황에서 시진핑은 20%가 넘는 높은 실업률(사실상 45%가 넘는)에 시달리는 중국의 청년들에게 한 마디 했다. ‘스스로 찾아서 고통을 곱씹으라’고 한 것이다. 지난 5월1일 청년절 기념일을 맞아 다섯 번이나 같은 말을 한 것이다. 그 저의는 도대체 뭘까.
마오쩌둥이 문화혁명시절 수백만 명의 도시청년을 강제로 농촌으로 보내는 이른바 하방(下放)을 통해 청년실업문제를 해소 한 것을 모방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만에 가득 찬 거대한 청년 군상은 사회불안을 불러오고 이는 때로 혁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17개 주요도시에서 청년들이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하야’ 등을 외치며 벌인 3일간의 백지혁명이 그 한 예다.
그 불만을 그러면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선전선동을 통해 반외세의 내셔널리즘을 대대적으로 조장하는 거다. 그럼으로써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한 것처럼 국내불만을 밖으로 발산시키는 것이다. 안보외교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도 그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장 유력시되는 외부 돌파구로 대만침공을 지적하고 있다.
대만수복은 마오쩌둥 이래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숙원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에도 부합된다. 이는 동시에 중국인민의 염원으로 과반수이상이 인민은 무력을 통한 점령도 지지하고 있다. 때문에 안팎으로 쫓기고 있는 시진핑 체제는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그러니까 빠르면 2~3년 내에 대만침공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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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