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태문의 팝송 산책

2023-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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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문화의 아이콘 제인 버킨(Jane Birkin) (1)

정태문의 팝송 산책
7월 16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셀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는 순간 Jane Birkin의 별세 소식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한참 멍하게 천장을 쳐다보다가 그녀와 관련된 일들을 회상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이 생소할지 모르겠다. 허지만 그녀의 이름을 딴 명품중의 명품 여성용 가방 ‘에르메스 버킨 핸드백’의 주인공 하면 아! 그 비싼 핸드백 하면서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그렇다. 가수나 영화 배우로서 보다 버킨 핸드백으로 더 유명 한 그녀이다. 필자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1969년 ‘Serge Gainsbourg’와 함께 프랑스 언어로 노래한 ‘ Je t’aime ...moi non plus’ (사랑해요..난 더 못해) 때문이다.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빚었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시한폭탄이었다. 일부 노랫말 가사와 노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8 번의 숨소리가 선정적인 표현이라고 낙인 찍혀 라디오 방송 금지 요청이 쇄도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프랑스 등지에서는 밤 11시 이전에는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특이한 조치였다. 방송은 허락되지만 청소년이 잠든 이후인 저녁 11이후에나 방송이 가능하다는 시행령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팝 차트 정상에 등극했고 국내에서는 이상하리 만치 별 문제 없이 복제판이 시중에 유통되었다. 음반 애호가들은 소장품으로 여겨 수집에 열광이었고 한동안 품귀 현상이 발생했었다. 전자 오르간 연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음악 자체로는 너무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찬 명곡이다. 언제들어도 달콤한 멜로디는 듣는 사람들에게 감흥을 불러 일으켜 왜 이 노래가 명품인지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원래 이 노래는 1967년 유럽의 유명 여배우 ‘Brigitte Bardot’ (애칭 BB)가 친구인 ‘Serge Gainbourg’ 에게 멜로디가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작곡가인 ‘Serge Gainsbourg’가 그날 저녁 하루만에 그녀를 위해 만든 노래이다. 다음해 프랑스 파리의 조그마한 녹음실에서 그 둘은 듀엣으로 이 노래를 녹음하여 판매에 들어가기 직전 BB는 Serge Gainsbourg 에게 급히 연락하여 판매 중지를 애원했다.


그 이유는 BB는 이때 독일의 부호 남편인 Gunter Sachs 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되어 노발대발하여 BB는 어쩔수 없이 음반 판매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음반 출고가 좌절되자 Serge Gainsbourg 는 다음 파트너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1968년 영화 ‘Slogan’ 촬영 중 함께 출연한 여배우인 Jane Birkin과 로맨스를 시작했고 주제곡인 ‘ La Chanson de Slogan’도 함께 불렀다. 그리고 BB와 불발로 끝난 ‘Je t’aime ...moi non plus’를 이번에는 Jane Birkin과 함께 듀엣으로 발매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이 둘의 콤비는 일약 세계적으로 스타덤에 등극하였다.

그때까지 사실 Jane Birkin은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다만 James Bond 첩보물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John Barry의 아내인 것을 제외하곤 알려진 것이 별로없었다. 영국에서 1946년12월 14일 태어나 19세 때 부터 단역 배우로 시작하여 몇번의 영화 출연 후 John Barry를 만나 결혼했다. 허나 남편이 업무차 미국으로 간 이후 그들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결국 그들은 헤어졌다. 이혼 후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영화 ‘Slogan’에 출연한 후 부터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그녀는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녀의 어색한 프랑스어 발음에 오히려 프랑스인들은 환호하며 지지를 보여 물론 그녀는 아예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녀의 성공의 길로 인도한 계기는 ‘Je t’aime ...moi non plus 가 가져왔다. 이 노래 한 곡으로 그녀는 유명세를 타고 서서히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이 노래로 인해 비난도 따라다녔지만 연예인의 필수 과제인 대중의 관심도는 최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Birkin’과 ‘Gainsbourg’의 조합은 각종 메스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들이 헤어질 때까지 12년이나 지속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특이했다. 결혼은 하지 않으면서 동거생활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프랑스에선 유명인들이 잘 애용(?)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허지만 ‘Gainsbourg’의 음주벽과 폭력성 때문에 결국 그녀는 헤어짐을 선택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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