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덮밥 32달러’라고 쓰여 있었다. 여기에 택스, 팁, 발레 주차비까지 더하면 40달러가 넘는다. 회덮밥 한 그릇에 이 가격이면-.
이 집은 한 때 회덮밥으로 유명했다. 점심에 가면 회덮밥 그릇이 없는 식탁이 드물었다. 주인이 바뀌었고, 시간도 많이 지났다. 메뉴를 살펴보면 추구하는 비즈니스 컨셉이 전과는 달라졌음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워낙 회덮밥이 알려져 있던 집이어서 오랜 만에 간 사람은 놀라게 된다. 10달러 대 후반 가격을 기억하는 고객 중에는 “2배나 올랐네”라고 ‘오해’ 할 수 있다.
한국으로 많이 나가는 만큼, 한국서 오는 방문객도 많은 때다. 아이들 공부 때문에 10년가까이 여기 살던 사람이 모처럼 LA에 다니러 왔다. “순두부 집에 갔는데요, 글쎄-” 또 가격 이야기다. 전에 살던 때와 비교됐을 것이다. 속으로 ‘그나마 순두부 집을 가셨으니...’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긴 개스 값도 캘리포니아 보다는 한국이 싸다고 한다. 여기는 이것저것 붙이는 세금이 워낙 많아서다.
사람들이 만나면 음식 값 이야기가 공동 화제가 된 지 꽤 됐다. 안 오른 것이 없다지만 “한국식당은 너무 올랐다”고들 한다. 미국식당도 올랐으나 그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 가서, 몇 명이 뭘 먹었더니, 얼마가 나왔더라는 체험담들이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화제다. 오렌지카운티 저 남쪽 등 외곽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이런 모습은 예외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식당’이란 주로 한인 밀집지에서 운영되는 한중일 식당 등을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인데, 물론 이런 일반화는 온당치 않다. 어렵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 애쓰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닐 것이다. 한식이면 같은 한식인가? 이 기회에 확실하게 차별화에 나선 듯한 곳도 보인다. 비싸도 고품격을 지향하겠다는 것은 비즈니스 전략일 수 있다. ‘너무 올랐다’는 말은 뭘 몰라서, 업계 형편을 생각하지 않은 소리라며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민심을 가감 없이 알 필요가 있다. 팬데믹과 인플레를 겪으면서 식당 음식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이 많은 고객의 생각이다. 갈비탕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가 미주 다른 지역에서도 들려오는 것을 보면 이 문제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한국집은 비싸다’는 것이 자칫 집단 이미지로 고착되면 곤란하다.
손님이 오면 만날 곳은 으레 근처 한국식당 중에서 정했다. 무엇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음식값 때문이다. 정기 모임을 이제 모르던 미국식당을 찾아가 갖는 그룹도 있다. ‘갈비 일인분에 얼마-’ 등의 이야기는 고기 값이 오른 것은 알지만 공감이 쉽지 않다. 고기는 집에서 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소비자들은 전에 없이 음식가격에 민감 해져 있다. 게다가 투고 픽업에도 팁을 요구하는 때 아닌가? 물론 한인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나 이런 일이 겹치면 고객은 민망하고, 불쾌하다. 고객이 외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 다변화는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해묵은 숙제였다. 옆집의 타인종 이웃은 놓아 두고, 굳이 멀리 사는 한인을 고객으로 끌어 들이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지금은 타인종 고객이 스스로 한식당을 찾아 들고 있다. 한류 덕이다. K푸드에 관심이 쏠리면서 비한인 고객이 늘고 있는 것이다.
비싼 가격은 당연히 높은 문턱이 될 수 있다. ‘K 푸드는 비싼 것’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면 소탐대실이다. 비싼 것과 고급은 다른 말이다. 지금 비즈니스가 생각밖으로 좋지 않다면 우선 고객의 입장에서 가격표를 한 번 찬찬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참, 벽에 ‘회덮밥 32달러’라고 붙여 놓았던 식당은 후에 회덮밥 가격을 내리고, 특히 점심 시간 시니어들에게는 더 내려 받는다는 광고를 본 기억이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면 ‘가격 내렸습니다’는 이야기가 더 들려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