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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2023-07-18 (화)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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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지난 15일 열린 워싱턴 연꽃축제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몰린 연등 만들기 행사. 오른쪽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 수련.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경전(숫타니파타)에 등장하는 연꽃은 비록 진흙 속에 몸을 담고 있지만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본성을 상징한다.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법화사의 월 스님은 “사람의 마음(自性)도 본래 청정(淸淨)하기 때문에 나쁜 환경에 처해있어도 더럽혀지지 않는다”며 “연꽃은 이러한 불교의 기본교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워싱턴 DC 케닐워스 수생 식물원에서 연꽃 축제가 열렸다. 법화사를 비롯해 뉴욕 불광선원, 미주현대불교, 한마음선원, 보현사 등에서도 참여해 경전독송, 연등·팔모등·단주 만들기, 연차 시음 등의 행사를 제공했다.


연꽃을 보기 위해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한인들이 마련한 행사장에도 들러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 직접 체험해보는 모습이었다. 메릴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온 한 여성은 “종이컵에 한 장 한 장 색지를 붙이다보니 아름다운 연꽃이 됐다”며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에 흐르는 땀도 잊은 채 연꽃 만들기에 열중했다.

따뜻한 물에 연꽃을 띄워 우려낸 연차는 오히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도 위로해 주었다. 축제 무대 옆에 마련된 시음 행사장을 찾은 한 공연자는 “연차를 마시며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연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고고함을 다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동양의 신비로움에 심취한 모습이었다.

워싱턴 연꽃축제에 다시 한인단체가 참여하게 되면서 보다 풍성한 행사가 됐다는 평가다. 이를 준비한 월 스님은 “연꽃은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녹아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라며 “내년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703)348-9787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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