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지역의 수돗물이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영원한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에 타 지역들보다 훨씬 더 많이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비상이 걸렸다.
16일 LA 타임스가 최근 연방 지질조사국(USGS)이 새로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716개 지역에서 수돗물 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5%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으며, 특히 남가주와 중가주 지역 수돗물이 이러한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또 농촌 지역의 식수에서 하나 이상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될 확률이 8%인 반면, 남가주의 도시 지역에서는 확률이 7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켈리 스몰링은 “도시 주민들의 경우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일상용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노출된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과불화합물은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1940년대 부터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돼 왔다. 높은 수준의 과불화화합물에 노출되면 생식력 감소, 고콜레스테롤 위험 증가, 비만, 고혈압, 특정 암, 간 및 면역 체계 손상 등 건강상 악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선 가정용 수돗물에 정수 필터를 설치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만이 현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근거로 과불화화합물 사용이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지만 환경에서의 노출 위험성은 여전히 우려되는 실정이다. 스몰링은 “이번 연구의 주요 발견은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가정용 수돗물과 공공 상수도 처리시설에서 수집한 샘플에서도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방 환경보호국(EPA)은 특정 과불화화합물이 거의 0에 가까운 농도로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업데이트된 건강 권고를 발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공공 수도 시스템이 매립지, 공항, 군사기지와 같은 잠재적인 과불화화합물 배출 시설 근처에 있고 오염이 확인된 다른 수원에 인접한 경우 화학 물질을 테스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급수 시스템에서 알림 수준 이상으로 과불화화합물이 감지됐다면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경고해야 한다. 더 높은 대응 수준을 초과하면 오염된 수원의 사용을 중단하거나, 처리 장치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할 것임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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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