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화에 나무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는데 집에서부터 장에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이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년 뒤에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삼년고개라고 불렸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조심해서 고개를 넘어가려 했으나 갑자기 토기가 튀어 나오는 바람에 넘어졌다. 할아버지는 “난 3년 밖에 못살게 되었구나.”하고 고민 끝에 병석에 누웠다. 그 자초지종을 들은 손자는 할아버지께 “그러면 또 넘어지시면 6년 더 사실 것 아닙니까” 라고 말하여 여러 번 넘어져서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미신을 극복했던 조상들의 재치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의학적으로는 50세 이상의 성인이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지면 1/3 경우에 1년 내로 죽는 것이 보통으로 알려져 있다. 살아나도 예전같이 기능하기가 힘들어진다. 혹시 엉덩이가 부러진 경우라도 수술 후에 재활 운동을 빨리 시작하고 활발히 하면 기능회복과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 운동은 낙상, 골절, 당뇨, 고혈압 조절에 중요하다. 60세 이상 성인에서 25% 이상이 근육감소증을 겪게 되는데 근육은 팔 다리를 움직이는 뼈에 붙어있는 골격근 외에도 심근, 평활근으로 분류된다, 인체에는 약 600여개의 뼈에 붙어있는 골격근이 있으며 체중의 약 40~50%를 이루는데 골격근은 중추신경의 지배를 받으며 운동과 호흡을 위한 근수축, 자세 유지, 체온유지를 위한 열 생산을 한다. 심장근은 심장의 벽에서만 볼 수 있는 근육으로서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으며 훈련으로 심폐지구력 상승효과로 심근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평활근은 심장을 제외한 체내 모든 장기의 벽, 위장, 방광, 간, 뇌, 혈관에 있다. 골격근과 달리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 평활근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국수 다발처럼 생긴 골격 근육은 붉은 근육과 하얀 근육으로 나뉘는데 붉은 근육은 유산소 운동을 통해 몸속 지방을 태우기 때문에 걷기, 자전거 타기를 할 때 뱃살을 빼준다, 하얀 근육은 근육 속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근력운동을 통해 당뇨조절에 도움을 준다.
골격근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근육과 뇌가 신경을 통해 신호를 교환하여야 한다. 의식적으로 근육을 움직이기로 결정한 후(예: 책을 들기 위함) 뇌에서 보내진 신호는 신경을 타고 전달되고, 신경·근육이음부에 도달한 후 운동신경 끝에서 아세틸콜린(ACh)을 분비하게 된다. 신경의 끝에서 분비된 아세틸콜린이 근육 세포막의 끝에 도달하면 연쇄적으로 근육세포막의 나트륨 이온(Na+), 칼슘(Ca 2+) 이온의 양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근육 수축이 시작 된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운동을 위한 노력은 생각의 다스림에서 시작되며 생각이 뇌에서 신호를 보내면 근육은 움직이게 됨을 알 수 있다.
근육의 움직임이 뇌의 인지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는데 근육 세포가 수축하면서 방출하는 화학 신호가 신경세포의 성장과 전기 신호 발산 증가에 도움을 주고 뇌 속의 해마 신경세포(뉴런)의 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운동이 뇌의 인지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육체를 위한 근육 운동 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을 위한 운동도 해주어야 한다. 자신, 가정, 사회 안에서 책임감 있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신체의 허리를 단련시키고 다리의 큰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한 운동과 같다. 몸의 기본 틀을 잡아주는 운동을 제대로 안 하여 책임감이 부족한 이들 때문에 가정과 사회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봉사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의지적으로 실천하는 일은 팔, 다리 중간크기의 근육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정직해지는 연습, 진솔하게 자신의 약함과 부족을 인정하는 겸손함의 훈련은 심장근육을 강화시키는 유산소 운동과 같다.
눈에 띄지 않는 내장 근육도 걷거나 뛰면 도움이 되듯이, 다른 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꼭 해야 되는 운동이다.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감사한 일, 그 분이 잘한 일을 꼭 짚어서 이야기를 해주어 용기를 북돋아 주는 훈련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런 운동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지만 삶 전체를 행복하고 기쁘게 해 준다.
육체의 운동처럼 생각과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나 훈련도 어렵고 힘들다. 자칫 컴퓨터나 전화기 속의 가상의 현실에 지나치게 빠져서 운동을 못하고 시간을 보내기 쉽다. 생각과 마음도 육체의 근육처럼 운동이 필요하다. 깨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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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