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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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 영아살해

2023-07-1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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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요즘 한국과 미국사회에서 많이 보도되고 있다.
어린아이를 뜻하는 infant와 살해를 의미하는 cide의 합성어인 영아살해(infanticide)는 의도적으로 젖먹이같이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아이를 죽이는 행위이다. 부모가 자신의 치욕이나 인생의 과오를 덮기 위해, 또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하는 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는 자식을 위해 무한대의 내리사랑을 바치는 자기희생적인 존재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기리고 칭송하는 것 아닐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기념일을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요즘 특히 한국에서 부모의 인륜을 거스르는 잔혹한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친모에 의한 범죄인데, 예전처럼 정말 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10대 소녀가 벌이는 행위가 아니다. 20,30대의 사회경험이 적지 않은 미혼 여성들이 홧김에, 혹은 친구들과 놀러가기 위해 죽였다는 황당한 사실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이기적인 이유로 죽이고 몰래 매장하는 나라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정상적인 나라가 아닐 것이다. 10여년 전에 엄마가 세 아들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죽은 어린아이들의 아빠는 한 중견배우였다. 남편과 떨어진지 며칠 안되어 모텔에서 아이들을 베게로 질식케 한 사건인데, 그때는 큰 충격이었지만 아빠였던 배우도 자취를 감추면서 그러려니 하고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런데 요즈음은 거의 매일 끔찍한 영아살해 사건 보도가 넘쳐난다. 생후 얼마 안된 아기를 죽여 시신을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들키거나, 낳자마자 살해해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덜미가 잡히는 등 행태도 가지가지다.

미국에서는 얼마전 오하이오주에서 30대 아빠가 10대 미만의 세 아들을 총격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3세, 4세, 7세의 어린 세 아들을 조폭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것이다. 사건의 후문은 부부사이에 문제가 있었고, 복수를 하기 위해 죄 없는 아이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편에게 복수하는 메데이아라는 여자가 있다. 메데이아는 영웅 이아손의 아내이자 마법사다. 메데이아는 강인한 의지로 남편을 도와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이아손은 그녀를 버리고 다른 젊은 여자에게로 가버렸다.

이에 메데이아는 자식을 죽여 남편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서 여자가 배신한 남편을 벌하기 위해 자식을 살해하거나 포기하는 현상을 ‘메데이아 콤플렉스'라고 한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영아살인의 동기는 메데이아 콤플렉스일까. 복수의 화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기 뱃속에서 나온, 자기가 사랑하는 자식을 살해하는 인간심리의 심오한 패러독스라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자기의 편의와 안락을 위해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다수의 자식을 위해 가장 힘없고 보살핌이 필요한 소수의 아기를 포기하는 포유류 짐승들이 어쩔 수 없이 하는 가치판단조차도 하지 않는 것 같아 슬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가 출생한 지 24시간 안에 살해, 또는 살해를 시도한 경우가 전체 영아살인 케이스의 68%였다고 한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들을 고아원에 맡기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죽이는 걸까. 메데이아가 되어버린 걸까. 정말 괘씸한 것은 보릿고개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본 적도 없는 젊은 부모들의 범행 동기가 주로 ‘두려움'과 ‘경제적 곤란'이었다고 한다.

올드타이머 부모들의 질긴 생명력과 자식들에 대한 강인한 집착은 그리스 신화만큼 실감나지 않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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