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애덤스는 미국의 두번째 대통령이자 첫번째 정치 명문가의 시조다. 매사추세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하버드를 졸업한 후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독립 전쟁이 끝난 후에는 영국과의 평화 교섭 타결을 성사시켰고 연방 헌법이 비준된 후 치러진 첫번째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됐다. 조지 워싱턴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건국 후 12 대통령 중 노예를 소유하지 않았던 인물은 그뿐이다.
그에게는 3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셋 다 하버드를 나와 변호사가 됐다. 첫째인 존 퀸시는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 살면서 비서 일을 하며 실무를 익혔고 나중에 대통령까지 되며 퇴임 후에는 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돼 노예제 폐지와 여성과 인디언 인권 옹호에 여생을 바친다.
둘째 찰스는 어떻게 됐을까. 하버드 출신 변호사가 돼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턴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며 반짝했던 그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폐인이 되며 아버지로부터 내쳐진 후 30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그의 동생 토머스도 하버드를 나와 변호사가 되지만 우울증 등 정신병에 시달리다 도박에 빠져 비참하게 죽는다.
존 퀸시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조지 W는 평생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렸다. 아버지 부시는 제2차 대전에 엘리트 해군 파일럿으로 참전해 격추됐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전쟁 영웅이고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아들 부시는 텍사스 주 방위군 출신으로 석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했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 경력이 있으며 아내 로라와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존 애덤스의 두번째와 세번째 아들의 길을 갈 뻔 했다. 대통령이 되기는 했으나 무모한 이라크 전쟁과 카트리나 늑장 대처, 세계 금융 위기 등으로 가장 무능한 대통령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조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 또한 힘든 일생을 살고 있다. 어려서 교통 사고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고 평생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산데다 똑똑한 형 보와 비교되며 잘못된 길로 접어 들었다. 조지타운과 예일대를 나와 변호사가 된 것을 보면 머리는 있는 모양이지만 그가 자서전 ‘아름다운 것들’에서 고백한 것처럼 “15분마다 코케인을 할” 정도로 마약과 술에 쩐 삶을 살았다.
헌터는 2015년 대통령 감으로까지 주목받던 형 보가 뇌암으로 사망한 후 형수와 불륜 관계를 맺었고 2016년 마약 복용으로 해군 예비역에서 예편됐으며 같은 이유로 2017년 아내와 이혼했다. 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유명세를 이용해 수많은 외국 기업들로부터 수상한 자금을 로비 명목으로 받았고 숱한 창녀와 놀아나면서 세금은 내지 않고 매춘 비용을 경비로 처리해 세금 공제 혜택을 받았다.
그 헌터 바이든이 지난 달 연방 검찰과 합의해 두 건의 탈세 혐의를 인정하고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불법 무기 소지 혐의에 대한 기소를 면하게 됐다. 검찰은 판사에게 탈세 혐의와 관련, 형 면제를 건의할 예정인데 판사가 이를 수용하면 헌터는 감옥 가는 것은 피하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헌터는 2017년과 2018년 15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이 있었으며 10만 달러의 미납 세금이 있다. 헌터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100만 달러가 넘는 체납 세금과 벌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헌터는 마약 중독 상태에서 총기를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유죄가 확정될 경우 탈세는 12개월, 총기 소지는 최고 10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검찰과의 합의로 이는 면제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의 수난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 국세청(IRS) 직원들이 하원에 나와 법무부가 국세청의 헌터 수사를 방해하고 솜방망이 처벌로 그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IRS 범죄 특별 수사관 게리 섀플리는 지난 달 연방 세입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헌터가 창녀의 비행기 표와 LA 섹스 클럽 멤버십까지 비즈니스 경비로 처리했고 2018년 조사가 시작된 후 모든 단계에서 헌터에게 유리하게 진행됐으며 이는 정치적 영향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자식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헌터의 경우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 했다. 헌터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는 연방 하원은 헌터를 비롯한 바이든 친족이 외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1,0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공화당이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보면 대통령 자식의 일탈이 개인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대선 판도와 미국의 앞날을 뒤흔들 위험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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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