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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단골 식당 - 타이슨스의‘NOSTOS’

2023-06-29 (목) 문영애 / 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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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단골 식당 - 타이슨스의‘NOSTOS’
단골이라는 의미는 ‘늘 찾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NOSTOS’는 고급 식당에 속하니 ‘늘’ 갈 수는 없지만 특별한 날에 즐겨 찾는 곳이다.

나에게는 30대에 만나 아직도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다. 일주일 전부터 식당을 고르느라 새로운 식당의 이름이 카톡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 “그냥 노스토스에서 보자”로 결론이 난다. 이 식당은 타이슨스에 오픈한 지 18년이 되는데 그대로인 내부 장식도 우리와 함께 늙고 있다는 편안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지만, 하얀 테이블보가 단정한 식당의 분위기가 우리의 품격도 높여준다.

우리는 나태주의 시처럼 점심을 먹으며 ‘서로의 꽃’이 된다. 장가 안 간 아들 걱정도 함께하고, 그만하면 잘한 거라고 서로 칭찬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자고 ‘화이팅’도 외친다.
노스토스는 그리스 식당이다. 매해 그리스 독립기념일엔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손님을 초청하는 공식 연회가 열린다고 한다.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그리스 식당들이 이 이벤트에 음식준비를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데 노스토스가 2015년에 참석했다는 액자가 입구에 붙어있다. 오바마와 바이든 사진도 눈에 뜨인다.


액자나 대통령 사진이 식당의 등급을 매기진 않는다, 지중해 식단이 건강식이라 찾아가는 것도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식당은 맛이 좋아야 한다. 우리는 이때까지 고른 메뉴에서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처음에 가서 전채로 시킨 문어(Grilled Octopus)가 어찌 그리 부드러울 수 있는지 아직도 그 맛이 그 날의 기억을 불러온다.

통째로 구워 나오는 브란지노(Branzino, 유럽피안 베스)는 올리브 오일로 샤워를 하고 나온 것 같이 번지르르하다. 그러나 하얀 살은 부드럽고 담백하며, 껍질은 마치 페이스트리같이 고소하지만 짭짤하다. 뼈를 발라달라고 하면 숟가락 두개로 해 주는데 그 기술도 예술이다. 새우, 오징어, 홍합을 토마토소스로 요리한 해물 오조토는 우리 입맛에 맞아 추천하고 싶다.

부산 엄마를 둔 나는 어려서부터 부드러운 하얀 갈치 살이 몽글몽글 떠 있는 미역국도 먹고 자랐다. 반면 충청도에서 자란 남편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스토스엔 닭고기, 소고기 요리도 물론 있다. 남편의 생일에 시킨 양고기(Grilled Lamb Chop)도 정말 맛이 있었다.

식당 이름 노스토스는 향수(Nostalgia)라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난날이 그리울 때 이 식당에서 충전과 쉼을 얻고 가라는 의미이리라. 만나본 요리사가 중년을 훨씬 벗어난 조그마한 체구의 여인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Popi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는 음식솜씨 뛰어난 우리네 엄마를 연상시켰다. 그녀도 그리스 카르테 섬을 떠나 워싱턴의 유명한 식당에서 일하다 18년 전에 이곳으로 옮긴 이민자이다.

주소 8100 Boone Blvd, Vienna, VA.

<문영애 / 수필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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