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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2023-06-2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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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이후로 세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관련해 온갖 예측에,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할 브랜즈의 ‘유라시아를 둘러싼 대충돌 시대 개막(The Battle for Eurasia)’이 그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극히 불길한 전조로 그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유라시아지역의 독재세력연합 출현을 지목했다.

후버연구소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이른바 ‘4개국 주축 (The Quadruple Axis)’ 형성과 함께 세계는 이들 불량국가 연합세력 대 자유민주주의국가들 간의 대결구도로 양분되고 있다는 전망이다.


이 담론들이 하나 같이 소환해내고 있는 것은 6.25, 한국 전쟁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 전쟁과 마찬가지로 문명세계 규범에 대한 공격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것부터가 그렇다. 냉전 초기 모호했던 ‘자유세계란 개념’이 확고해진 것은 한국전쟁을 통해서라는 것도 또 다른 지적이다.

이름뿐인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였다. 그 나토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대대적으로 확장, 강화됐다. 이와 함께 서방 자유진영 대 공산블록의 냉전구도의 윤곽도 분명해졌다는 진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세계 대 4개 불량국가 주축 간의 대결. 어느 쪽에 베팅을 해야 하나. 답은 자명하다는 것이 후버연구소 보고서의 결론이다. 불량국가 주축의 승리는 반문명, 야만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때문에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

여기서 문득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각운을 탄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rhymes)‘고 했던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로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흐름을 탄다는 뜻이다.

한국 전쟁 이후 국제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 그 전반적 흐름의 윤곽은 비슷하다. 6.25 당시 한국에 도움을 준 나라 대부분이 70년 후에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당시 참전한 16개국 중 9개 나라가 나토 회원국인데서 보듯이. 그 반대 진영에 선 나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으로 한국 전쟁 당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다른 것이 있다. 안보 어젠다가 더 글로벌화 되고 일원화되고 있다고 할까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독립, 유럽안보,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자유가 각각 별개의 것이 아니다. 하나로 묶여 있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에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거대 유라시아 대륙을 가운데 두고 정반대 편에 있는 아시아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의 생존은 스스로의 안보와 직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이 승리를 거둔다고 상상해보자. 그 경우 핵 무장 세력은 언제든지 이웃을 침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핵 공갈이 통하는 약육강식의 무법세계가 되는 것이다.

유라시아의 한 주요 지역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다른 지역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 히틀러가 유럽에서 세를 넓혀가자 이와 발맞추어 군국주의 일본도 침략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나오고 있는 말이 ‘우크라이나의 오늘이 동아시아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유럽에서만의 전쟁이 아니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먼 남의 나라 전쟁이 결코 아니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한국 등은 유라시아 체스판 위의 지정학적 추축(樞軸)들이다.’ 20세기 국제지정학의 거두 브레진스키가 일찍이 한 말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나토의 서방세력이 부딪히는 지역에 있다면 한국은 유라시아의 반대편 미-중의 힘이 충동하는 위치에 있다. 강대국 간의 힘과 힘이 충동하는 단층대에 있는 중간 국가들로 그만큼 지정학적 충돌의 비극을 겪기 쉽다는 이야기다.

이런 유사성을 감안 할 때 우크라이나의 현재는 한국의 과거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세 전망에서 6.25가 자주 소환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한국의 미래는 우크라이나의 현재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추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미국과 중국은 키네틱 워(kinetic war)만 제외하고 기술, 정보. 통상, 사이버, 이데올로기 등 전 영역에서 이미 전쟁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나오고 있는 진단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미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이는 6.25 전쟁이후 중국의 일관된 목표다. 제 2냉전과 함께 중국과 한국의 갈등은 본격적이고 장기적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이제 그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다. 심리전, 인지전, 회색지대전략, 하이브리드 전쟁, 샤프 파워 전쟁 등. 그러니까 한 마디로 베이징은 한국을 타깃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그 징후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싱하이밍의 ‘민주공정(이재명과 민주당 국회의원 중국초청을 이용한 여론 갈라치기)’, 시도 때도 없이 벌이고 있는 괴담유포(미친 소에서, 사드, 후쿠시마 오염수에 이르기까지) 등등. 뭐랄까 대한민국 와해를 목적으로 한 베이징, 평양 그리고 국내 종중종북세력 연합의 저강도 전쟁이 목하 진행되고 있다고 할까.

6.25는 형태만 다를 뿐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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