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원인으로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 등 난청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난청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뒤늦게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남아있는 청력이 거의 없으면 효과가 없다. 2021년도 기준 우리나라 난청 환자는 310만 명으로 유병률이 5.9%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74세 이상이 25.9%로 가장 많고 65세 이상 74세 미만이 10.2%로 뒤를 잇는다. 김영호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게 난청과 보청기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치료 시기 놓치는 난청 환자 많아
난청은 선천성 난청과 후천성 난청으로 구분한다. 특히 후천성 난청은 비인두염, 내이염, 중이염 등 다양한 이비인후과적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신경계 노화와도 관련 있어 연령대가 높을수록 많이 발생한다.
난청 종류로는 주로 고막 천공이나 만성 중이염에 의해 발생하는 전음성 난청, 소음성 난청, 그리고 돌발성 난청을 포함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있다.
특히 삼출성 중이염은 어린이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난청 장기화에 따른 학습장애, 언어발달장애 위험이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여러 이유로 치료 개입이나 보조기구 착용이 없이 난청을 방치하면 청력은 지속적으로 감퇴하며 점차 청각신경과 연결된 청각 피질의 언어 감별 능력도 줄어들어 대화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핵가족화 진행으로 홀로 생활하는 독거 노인이 증가해 이에 따라 청력 변화를 기민하게 확인하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홀로 살거나 부부 내외만 지내는 고령층은 적절한 시기에 청각 재활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의 변화를 본인이나 구성원이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다수 고령인은 청력 저하로 불편감을 느껴도 당연한 노화 수순으로 여기고 보청기 등의 도움이 없이 불편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 이때 단순히 텔레비전 소리를 키우거나 크게 말하는 것으로 갑갑함을 해소하게 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노인복지시설 등의 휴관으로 노령층의 생활 반경과 대인관계가 이전보다 좁아져 청력 이상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가 적지 않다.
김영호 교수는 “한 조사 결과, 난청이 있는 고령인은 상대방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본인에게 호통을 치거나 윽박지른다고 느껴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많다고 한다”며 “또한 난청이 지속되면 치매 등 인지 기능 장애가 가속화될 수 있어 조기 검진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난청 환자의 보청기 사용률 36.6%에 그쳐
보청기는 난청 환자의 원활한 청음을 돕기 위한 기구로서 청력 검사를 통해 전문가가 환자 개인에게 맞는 주파수별 청력을 측정하고 소리를 증폭할 범위를 정한다.
보청기에 적합한 나이라는 것은 없다. 나이가 어려도 난청이라면 이른 나이에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고, 90세가 넘어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잘 듣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부정적인 소문이나 외형상 문제와 고가의 장치라는 인식 등으로 인해 보청기 착용을 주저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청기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면 삶의 질을 높이고 우울증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조사 결과, 난청 환자가 자신의 청력 상태를 알고 3년 이내 보청기를 구입했지만 대다수 사용자가 본인의 육체ㆍ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더 일찍 보청기를 착용하는 게 좋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2021년도 기준 우리나라 난청 환자의 보청기 사용률은 36.6%로 낮다. 주목해야 할 점은 64세 이상 고령층의 사용률(37.5%)보다 44세 이하의 사용률(51.8%)이 높다는 사실이다.
김영호 교수는 “무엇보다 난청 초기에 본인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청기 사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보청기 성능은 크게 향상됐고, 보급률을 높이고자 정부와 관련 학회도 보청기 구입비 지원 확대 등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전자제품처럼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지만, 미세한 청력 차이에도 훌륭한 치료 기구가 될 수도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에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청력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고성능의 보청기라도 사용 연한은 정해져 있기에 주기적으로 검진해 보청기 상태를 점검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감퇴한 청력에 맞게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불만을 느껴 무작정 보청기를 버리고 방치하다가 난청이 악화돼 뒤늦게 병원을 찾지만 손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전문가와 주기적인 검진 일자를 정해 병원을 찾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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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