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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돌고 돈 후에야 판정…‘진단 사각지대’ 강직성척추염

2024-11-19 (화)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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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통증 외 다양한 증세

▶ 디스크와 통증 달라 주의
▶ 수영은 증상 완화에 도움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무릎에 물이 찼다고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받았죠. 어느 날부턴 오른쪽 눈이 얼얼하고 좀 이상해서 안과를 찾았는데, 안구건조증이라며 인공눈물을 줬습니다. 안구통증이 심해져 찾은 다른 병원에선 포도막염이라고 했어요. 약을 먹고 나아졌지만 두 달 정도 뒤에 재발하더군요. 몸 곳곳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는데 무엇이 원인인지 모르니 진짜 답답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송모(39)씨는 최초 증상이 나타난 이후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릎에 물이 찬 적이 있고 포도막염도 여러 번 생겼다고 말하니 한 안과에서 자가면역질환일 수 있다며 류머티즘내과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통증의원, 정형외과, 안과 등 병원 뺑뺑이를 돌고 나서야 류머티즘내과에서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염증이 발생해 척추 마디가 굳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척추 아랫부분인 천골과 골반이 연결된 천장관절에서 시작해 심한 경우 관절과 관절이 붙어 척추 전체가 대나무처럼 통뼈가 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조조강직이다. 특별한 외상이 없음에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고 골반 부위 통증이 서서히 발생한다.


강직성척추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4만3,686명에서 2022년 5만2,616명으로 5년 동안 20% 이상 늘었다. 성별로 보면 2022년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고, 그중 20~40대가 50% 이상이었다.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송정수 대한류마티스학회장(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강직성척추염은 여전히 진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송씨처럼 병원을 전전하다가 증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약 40개월 안팎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 대한류마티스학회가 개최한 ‘제6회 강직성 척추염의 날’ 행사에서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은 “늦게 진단받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 진단받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허리가 아프면 보통 정형외과를 가요. 엑스레이를 찍어보지만 문제가 없는 걸로 나옵니다. 염증이 생긴 곳은 그보다 밑인 천장관절이니까요. 병원에선 허리가 삔 것 같다며 진통제랑 소염제 정도를 처방해주지만, 약을 먹을 때 잠시 나아지다가도 다시 통증이 나타나게 됩니다.” 송 교수는 “초기에 진단을 하지 못해 병이 진행되는 걸 방치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이렇게 말했다. 통증의 강도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는 점도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시적인 통증이라고 생각해 크게 생각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특히 허리 통증이 계속되면 추간판탈출증(일명 디스크)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직성척추염과 디스크의 허리 통증은 양상이 정반대다. 강직성척추염은 아침에 허리 통증이 있다가 활동을 하면 나아진다.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줄어든다. 반면 디스크는 허리를 쓰는 활동을 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팔다리 등이 저리는 방사통이 함께 오는 디스크와 달리, 강직성척추염은 방사통이 없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강직성척추염은 허리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부위의 증상도 동반한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약 30%는 눈의 포도막염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대장의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피부에 홍반과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건선, 가슴 통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윤강준 대표원장은 “드물게는 콩팥 기능 저하와 심장판막 질환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며 “척추 강직이 시작되면 폐 기능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앞선 조사를 보면,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25.1%는 우울감·무력감을 호소했고, 5%는 우울장애로 진단받았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우울증 위험이 일반인보다 2배 안팎 높다는 뜻이다.

강직성척추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완치의 개념이 없다. 송 교수는 “한번 발생하면 평생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염증을 조절하는 식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허리 쪽 근육을 강화하는 것은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송 교수는 “수영·배구가 강직성척추염에 특히 좋은 운동”이라며 “허리 근육을 강화해야 염증이 생겨도 척추가 딱딱하게 굳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연은 필수다. 담배는 염증을 악화하고, 강직성척추염 약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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