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행·강도·불결… 지하철 타기 무섭다

2023-06-12 (월)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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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여성에 인종욕설·주먹으로 얼굴 가격

▶ 마약복용·거래 공공연‥ 비무장 경비원 속수무책

최근 들어 LA 지하철에서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가 끊이지 않자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롱비치 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5월 17일 친구와 함께 롱비치 전철역에서 열차를 탄 53세 아시아계 여성이 열차 안에서 만난 한 여성 승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여성 용의자는 인종차별적인 욕을 하며 피해자의 얼굴과 상체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지난 5월 2일 LA 한인타운 인근 버몬트/베벌리 지하철 레드라인 역사에서는 대낮에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3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메트로에 따르면 레드와 퍼플 라인에서 올해 4월까지 범죄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나 급증했다. 또 LA 카운티에 따르면 지난 2월에만 LA 메트로 지하철 안에서 3건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39건의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과 2월 사이 폭력 범죄가 8.2% 증가했고, 강도사건은 28건에서 36건으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또 2022년 지하철에서 발생한 폭행·강도·강간·살인 등 강력 사건은 모두 1,804건으로, 2021년보다 24%나 늘었다.

LA 타임스는 최근 LA 지하철 내에서 마약을 복용하거나 거래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노숙자들도 항시 지하철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고 있다.

이같은 범죄율 급증에 지하철 이용자, 특히 여성 이용자들의 수가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자들은 지하철을 기피하는 이유로 신변안전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지하철 안이 청결하지 못해서, 또 홈리스가 너무 많아서라고 답했다.

한편 LA 지하철에서 가장 위험한 노선은 LA 다운타운에서 노스 할리웃 구간을 운행하는 레드라인(B)인 것으로 나타났다.

LA경찰국(LAPD)은 메트로 레드라인 폭력범죄가 2020년 256건에서 지난 12개월간 451건으로 76.2% 증가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48건 대비 29.6%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기간 폭력범죄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14~16% 증가했다.

LAPD에 따르면 레드라인 이용객은 전체 메트로 승객 중 10%에 불과하지만 폭력범죄 건수는 전체 범죄의 3분의 1 수준이다.

유니언 스테이션을 출발해 다운타운과 버몬트 길을 거쳐 노스 할리웃까지 운행하는 레드라인은 윌셔/버몬트 역사 등 LA 한인타운 일부 지역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처럼 폭력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메트로 당국은 경찰을 역에 배치하거나 무작위로 지하철에 탑승시키는 등 치안강화에 나섰다. 또한 부족한 경찰인력을 대신해 비무장 요원인 ‘트랜짓 엠버서더’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비무장 요원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휴대전화로 911에 신고하거나 메트로 앱을 통해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폭력범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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